대기업 계열사 대부분 수의계약 ‘땅 짚고 헤엄치기’… 중소 하청업체 주고 ‘통행세’ 꿀꺽

입력 2011-11-09 18:32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관행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계열사들은 거래 대부분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져 ‘땅 짚고 헤엄치기’ 식 돈벌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상당수 대기업 계열사들이 계약을 따낸 뒤 세부 업무를 중소기업에 하도급으로 맡기면서 소위 ‘통행세’를 받아온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A광고업체의 경우 2009년 관계 대기업으로부터 4억6000만원에 박람회 관련 홍보를 수주했다. 하지만 A사는 이 업무를 중소기업 B사에 3억8000만원을 주고 다시 하도급을 줬다. A사는 가만히 앉아서 8000만원의 수익을 거뒀다. 같은 방식으로 SI(시스템 통합)업체인 C사는 2010년 계열사로부터 130억원에 수주한 사업을 하도급으로 맡겨 22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물류업체인 D사 역시 33억원어치 부품운송 수의계약을 다른 중소기업에 30억원을 주고 맡겨 앉아서 3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공정위는 자산총액 기준 상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가운데 총수가 있는 대기업 소속 광고, SI, 물류 등 20개 업체의 지난해 매출액 12조8796억원 가운데 9조1619억원(71%)이 계열사 간 내부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날 밝혔다.

이들 업체의 매출액은 2008년(9조9216억원) 이후 3년간 2조958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계열사 내부거래액 역시 2조3014억원 늘었다. 대기업 계열사의 성장이 철저히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몰아주기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뜻이다.

특히 계열사 내부거래의 88%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체결됐다. 반면 비계열사와의 거래일 경우 수의계약 방식이 적용된 거래는 전체 거래금액의 41%에 불과했다.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폐쇄적인 내부시장’을 형성해 놓고 계열사 몸집 불리기를 시도한 것이다.

한편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이날 한 강연회에서 “공공기관이 발주한 사업에서 입찰 담합하면 손해액을 배상토록 하는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또 상습 담합업체에는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도) 혜택을 주지 않도록 시행령을 개정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