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갈등에 현 회장 자격 문제까지… 농협회장 선거 시작도 전에 ‘복마전’

입력 2011-11-09 22:00


농협중앙회장 선거전이 후보가 ‘링’에 오르기 전부터 말 많고 탈 많은 쪽으로 변질되고 있다. 비방 투서가 난무하고, 후보 자질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특히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최원병 현 중앙회장의 후보 등록자격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복마전’ 선거=농협중앙회는 오는 18일 지역 조합장 1167명이 선출한 대의원 288명의 투표로 중앙회장을 뽑는다고 9일 밝혔다. 후보자 등록은 10일 마감된다. 농업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해 김병원 전남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최덕규 경남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 등 최대 6명이 출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사상 처음으로 조합장 가운데서 뽑은 대의원이 투표하는 간선제로 운영된다. 종전에는 조합장 전원이 투표에 참여하는 직선제였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 전 과정의 관리를 위탁했다.

농협 안팎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잇따른다. 당장 최 회장은 후보등록 자격을 놓고 노조 측과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는 “농협 정관에 따라 최 회장이 입후보하려면 상근직인 농민신문 회장을 선거 90일 전에 사퇴했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후보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농민신문이 출연기관이기 때문에 농민신문 상근회장인 최 회장은 후보등록 자격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 회장 측은 농민신문에 납부하는 회비가 출연금이 아니기 때문에 출연법인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은 서울시 선관위에 최 회장의 후보등록 가능 여부를 가려 달라고 의뢰한 상태다.

여기에다 최 회장 자질 문제도 계속 불거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동지상고 동문인 최 회장은 지난 4월 사상 초유의 농협 전산망 마비 사태가 터졌지만 비상근직 회장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갔다. 당시 제대로 보고받지 못했다며 실무진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또 2009년 농협법이 개정돼 회장직이 단임제로 바뀌었지만 최 회장은 임기 중이라 단임제 조항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며 연임에 나섰다.

◇‘농업계 대통령’인 중앙회장=4년 임기의 중앙회장 자리는 비상근직이지만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총자산 287조원에 계열사가 22개에 이르는 거대 조직을 거느리고 있고, 245만3177명의 조합원을 대표하는 탓에 ‘농업계 대통령’으로 불린다. 1167개 단위농협이 갖고 있는 ‘표’를 무기로 각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입김을 행사할 수 있다.

내년 3월 농협중앙회의 사업구조를 신용사업(은행·보험·증권 등 금융서비스 사업)과 경제사업(농축산물 생산·유통·판매사업 등)으로 분리하는 개편을 앞두고 있어 한층 무거운 자리가 됐다. 농협 신용사업 가운데 은행 부문은 지난해 9월 기준 자산 193조원으로 국민·우리·신한은행에 이어 자산 규모 4위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