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등록금 받아 건물 지어놓고 “쓰고 싶으면 사용료 내라”… 대학, 기업인가 학교인가
입력 2011-11-09 14:40
이달 초 한국외국어대 한 동아리 학생들은 공연을 하기 위해 학교 지하캠퍼스 대강당을 섭외하려다 대관료를 알고 포기했다. 전기와 냉난방비 사용료로 시간당 60만원을 내야 했기 때문이다. 공연과 리허설까지 5시간을 빌리면 300만원이다. 동아리 회원은 9일 “학생은 돈이 없어서 동아리 공연하는 데 수백만원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주요 대학이 학생복지와 문화생활 증진을 위해 캠퍼스 곳곳에 건물을 세웠지만 정작 건물을 사용하려는 학생에게 비싼 사용료를 받고 있다. 학교는 시설 유지·보수를 위해서라지만 학생들은 학교가 건물 장사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연세대는 학생에게 공간 사용료와 관리비를 받는다. 연대 새천년관 대강당은 3시간 기준 평일 15만원, 주말 25만원이다. 3시간 이상 사용할 때는 평일 25만원, 주말 45만원이다. 강의실을 사용할 때도 돈을 받는다. 새천년관 중강의실 사용료는 3시간 기준 평일 8만∼10만원, 주말 10만원이다. 3시간 이상에는 평일 15만∼18만원. 주말 20만원을 내야 한다. 이는 강의실 사용료로 냉난방비는 사용량에 따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학생에게 건물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는 일부 대학에선 냉난방비 등 관리비를 부과한다. 이화여대 대강당은 난방비가 1시간에 31만원, 추가 시간당 11만6000원이다. 만약 복도에 난방을 켜면 시간당 36만원에다 추가 시간당 13만9000원을 내야 한다. 이대는 생활관 소극장, 학문관 소극장도 냉난방비 명목으로 시간당 11만~15만원 이상을 받고 있다. 이대 관계자는 “외부인에게는 건물 사용료를 받지만 학생에게는 받지 않는다”면서 “다만 시설을 유지하는 비용은 어쩔 수 없이 부과한다”고 말했다.
학생 입장에서는 수십만원에 달하는 관리비는 큰 부담이다. 김한결 이대 동아리연합회 공동대표는 “공연 동아리들이 냉난방비나 조명비 등 관리비를 못 내 학내 공연을 포기하고 있다”면서 “학교가 학생 자치활동을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학생을 상대로 돈을 벌려 한다”고 꼬집었다.
모든 대학이 학생에게 돈을 받는 것은 아니다. 서강대와 경희대 등은 외부행사 때는 건물 대여료를 받지만 학내 자치활동에 한해서는 돈을 받지 않는다. 서강대 이냐시오관 강당은 학생이 자치활동을 할 땐 무조건 5만원, 경희대 크라운관은 무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교육위원회 소속 김미영 팀장은 “학생이 동아리나 세미나 등 학내 활동을 할 때마다 건물 사용료를 내면 등록금은 어디에 쓰는가”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