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쇄신은 뒷전이고 집안싸움만 할 건가

입력 2011-11-09 17:50

한나라당이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반(反)한나라, 반MB 정서가 재확인된 뒤 이를 극복할 쇄신책을 놓고 계파별·지역별·연령별로 쪼개져 티격태격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대통령에 대한 협박”이라고 반박하는 쪽도 있다. ‘부자 정당’ 이미지를 탈피해야 한다는 쪽이 있는가 하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도 있다. 일리가 전혀 없는 의견은 없지만, 당 전체보다 계파별 또는 개인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한 발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여기에 ‘총선 물갈이론’까지 제기돼 내분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민심을 다시 얻기 위해서는 내년 총선 때 외부 인사들을 대거 공천해 당이 달라졌다는 믿음을 줘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현역 의원들의 자진 출마포기 등이 있어야 한다는 게 물갈이론의 핵심이다. 종전 총선에서도 여야 모두 물갈이를 해왔던 만큼 그다지 참신한 주장은 아니다.

하지만 영남·서울강남지역 의원들과 고령·다선 의원들이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고, 느닷없이 물갈이 대상 범주에 속한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는 나이 많은 의원들의 물갈이를, 김문수 경기지사는 영남과 강남지역의 50% 이상 물갈이를 언급했다. 이에 맞서 나이와 지역이 공천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반격도 만만치 않다.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쪽이나 반발하는 쪽이나 다음 국회에 살아 돌아오려면 이번 논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이기심만 가득해 보인다. 당내 차기 대권주자들마저 내년 대선 지형을 염두에 둔 계산된 듯한 발언을 계속해 수습책 마련을 어렵게 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보선 표심을 받들려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당, 시대 흐름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역량을 결집하는 게 옳다.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정책들을 찾아내 실행해야 한다. 한나라당 상황은 위중하다. 총선 공천 문제와 서울시장 보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반목과 대립을 일삼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