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정감 5명 중 4명 ‘경찰大 시대’… 서울청장 이강덕·경기청장 이철규·경찰대학장 강경량
입력 2011-11-09 21:26
경찰청은 이강덕(49·경찰대 1기)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옮기는 등 치안정감 승진·전보 인사를 9일 단행했다. 치안총감(경찰청장) 바로 밑인 치안정감 다섯 자리 중 네 자리에 경찰대 출신이 임명돼 ‘경찰대 전성시대’가 본격화됐다.
경기지방경찰청장에는 이철규(54·간부후보 29기) 경찰청 정보국장, 경찰대학장에는 강경량(48·경찰대 1기) 전북지방경찰청장이 내정됐다. 내년부터 치안감에서 치안정감으로 격상되는 부산지방경찰청장에는 서천호(50·경찰대 1기) 현 청장이 승진 배치된다. 이들 4명은 10일 대통령 결재를 받아 11일 임명된다.
박종준(47·경찰대 2기) 경찰청 차장은 유임됐다. 이성규(56·간부후보 28기) 서울경찰청장과 손창완(56·경위 특채) 경찰대학장은 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강덕 신임 서울경찰청장은 경북 영일 출신으로 현 정부 실세그룹인 ‘영포(영일·포항) 라인’에 속한다. 현 정부 들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팀장, 청와대 치안비서관, 부산경찰청장, 경기경찰청장을 역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민간인 사찰 논란 당시 공직기강팀장을 맡아 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서울경찰청 입성으로 차기 경찰청장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조현오 경찰청장이 2년 임기(내년 8월)를 다 채우지 않고 내년 초쯤 이 청장에게 자리를 물려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영포라인 핵심인 이강덕 청장의 경찰청장 만들기 작업이 가시화된 게슈타포(독일 나치 정치경찰) 인사”라며 이 청장 내정 철회를 촉구했다.
인사를 통해 경찰대 출신 4명(1기 3명, 2기 1명)이 치안정감이 됐고 간부후보 출신은 이철규 신임 경기경찰청장 혼자서 명맥을 잇게 됐다. 총경 이상 간부 560명(지난 9월 기준) 가운데 경찰대 출신이 211명(38%)으로 가장 많다. 간부후보 35%, 순경 공채 12%다. 현재 치안감 25명 중 5명, 경무관 41명 중 17명이 경찰대 출신이다.
정권 말 치안 누수를 막기 위한 조 청장 측근 배치도 인사의 특징이다. 강경량 신임 경찰대학장은 조 청장 청문회 팀장을 맡았고, 서천호 부산경찰청장은 경찰청 감찰담당관으로 있을 때 조 청장을 감찰국장으로 모셨다.
지역 안배도 고려됐다. 경남북 출신이 2명(서천호·이강덕)이며 강원도(이철규), 전남(강경량), 충남(박종준) 출신이 1명씩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업무성과와 전문성을 기초로 하면서 출신지역 간 균형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달 내 치안감과 경무관, 다음 달 중에 총경 인사를 실시하고 내년 초에 경정 이하 후속인사를 마무리한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