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쇄신파 편들기 등 李대통령과 차별화 시동?

입력 2011-11-09 18:36

2007년 9월 노무현 대통령은 당시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의 손학규, 정동영 대선 후보를 겨냥해 “차기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저와 참여정부 공격하는 것을 선거 전략으로 생각한다”며 “졸렬한 전략이자 필패 전략”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렇듯 한국 정치사에서 집권여당 대선 후보가 직전 대통령 및 정권과 각을 세우고 결별하는 일은 통과의례처럼 여겨져 왔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8일 정부 정책 노선의 변경을 촉구한 쇄신파들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박 전 대표 역시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9일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그간 취약했던 20∼30대, 중도 성향, 화이트칼라 유권자로의 외연 확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됐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반(反)MB’ 세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박 전 대표로서는 이 작업을 더 이상 미루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선거 캠페인이 시작되기 전 이들을 향한 메시지를 던지며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얘기다.

다만 방식에 있어서도 과거와는 다소 다르다는 분석이다. 직접 대통령을 공격하고 비판하는 대신 정책을 통한 차별화 행보라는 것이다. 한 친박계 핵심 인사는 “박 전 대표 발언은 청와대로 책임을 돌리고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기보다 집권여당으로서 해야 할 일을 먼저 하자는 취지로 봐야 한다”고 했다.

친박계 의원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박 전 대표가 대통령과 싸우는 모습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표가 현재로선 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는 식의 결별 수순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박 전 대표가 등록금과 사회보험료 지원, 노인 빈곤, 비정규직 문제를 실례로 들며 “정책의 실천”을 강조한 것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해당 어젠다는 이명박 정부가 주요하게 다룬다고 했지만 현장 체감도가 낮은 사안들이다. 박 전 대표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친박계 일각에선 이 대통령과 정부 측의 향후 대응에 따라 보다 단호한 액션을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