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이란핵 보고서 파장] 이란 核무기 물증 확보?… 이스라엘 초강경 ‘긴장’
입력 2011-11-09 18:22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8일(현지시간) 보고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유엔 기구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란은 핵탄두 관련 모의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기술력이 핵무기를 만들 수준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핵무기 개발 물증 확보한 듯=IAEA는 지금까지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관해 조심스런 입장을 피력해 왔다.
내부적으로는 핵무기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데 강한 의심을 가졌지만 공식적으론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지켜 왔다. 2009년 11월까지 사무총장을 지낸 이집트 출신 모하메드 엘바라데이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위협은 과대포장된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따라서 이번 보고서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에 관해 IAEA가 심증뿐 아니라 물증까지도 일부 확보했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IAEA는 “광범위한 첩보를 신중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해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IAEA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사실상 공식화했으므로 이 문제는 북한 핵 문제와 더불어 국제사회의 주요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스라엘이 격하게 반응하고 있어 중동 지역 정세에 더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이란 핵 개발 어떻게 했나=IAEA는 보고서에서 이란이 컴퓨터를 활용한 핵탄두 폭발 실험을 2008년과 2009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이런 이론적 실험에서 더 나아가 실제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금속 재질의 방을 수도 테헤란 인근의 파르친 군사기지에 설치했다.
IAEA는 또 이란이 중장거리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도록 디자인 개량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핵폭탄 개발에 필요한 설계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IAEA는 덧붙였다.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우라늄 확보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IAEA는 “이란은 2003년 핵무기 개발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적어도 지난해까지 작업이 계속됐다”고 밝혔다.
◇아직 핵무기는 보유 못한 듯=그러나 이란의 핵무기 기술력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평가받는 북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실험이 덜 조화로운 방식으로 실시됐다는 데 IAEA 조사단이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BBC 방송도 “이란이 핵무기를 학습 중”이라고 전했다.
북한이 사용 중인 것으로 의심받는 고농축 우라늄을 이란이 활용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일부 외신은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지만 IAEA는 보고서에서 이에 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란은 최근 암 치료 용도로 20% 농축 우라늄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리언 패네타 미 국방장관은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인 지난해 6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드는 데 2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핵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폭탄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수개월 안에 생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