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파 의원들 ‘당직 줄사퇴’로 MB에 쇄신 촉구…한나라 의총 격론

입력 2011-11-10 00:31


한나라당이 8일 국회에서 연 의원총회에서 쇄신을 둘러싼 격론이 벌어졌다. 특히 쇄신파 의원들은 당직 줄사퇴라는 압박용 카드를 꺼내들며 이명박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의 총체적 쇄신을 촉구했다.

의총 초반에는 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쇄신 연판장’에 서명한 의원 25명을 겨냥한 비판이 쏟아졌다. 윤상현 의원은 “대통령이 공개 사과하라고 연판장을 돌리고 이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데 그런다고 대통령이 사과하겠느냐”고 반문한 뒤 “공개 사과하는 건 레임덕이 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준선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들도 책임이 있는데 마치 책임 없는 것처럼 행동한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고, 이정선 의원은 “진정한 쇄신은 자기반성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자기반성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서명파 의원들이 반격에 나섰다. 김성식 의원은 “전달 방법이 미숙했다”고 사과하고 “자기반성 안한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반성하고 있다. 정책위 부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 나부터 바꾸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과 정책위 부의장인 정태근 의원도 당직 사퇴 행렬에 동참했다. 이들은 “충정을 이해해 달라”며 당직을 줄사퇴했지만 당내에선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대한 국정기조 전환과 기득권 포기 요구라는 해석이 많다. 특히 정태근 의원은 “대통령께서 조금이라도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게 하는 게 내 일”이라며 “이번에 대통령이 사과하도록 할 것”이라며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의총에 앞서 쇄신파 14명은 낮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오찬 회동을 하고 “일부에서 물갈이론이 나오는데 지금은 정책 혁신이 우선”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공천 물갈이론에 대해 “순서가 잘못됐다”고 전날 밝힌 박근혜 전 대표의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의총에서 “한·미 FTA를 처리한 뒤 원내·외 당협위원장들이 모여 (쇄신에 대한) 끝장토론을 하고 이를 정리해 (청와대에)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정부와 청와대가 변할 일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만나 협의할 것”이라며 “당청의 정책 변화가 우선이라면 그것부터 조속히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는 이날 소속 의원 168명 전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모두가 내 탓으로 돌리고 우리 모두 단결하여 국민들이 요구하는 ‘신체제 한나라당’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고 촉구했다.

한편 김문수 경기지사와 정몽준 전 대표 등의 공천 물갈이 제안에 대한 반발은 영남·친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계속됐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당 회의에서 여의도연구소의 ‘고령의원 물갈이’ 제안 보고서의 고의 유출 의혹을 제기하며 “연령·지역·선수가 공천 기준이 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며, 수도권과 영남의 공천 기준이 달라야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해봉 의원도 “영남 의원들이 한나라당 지지도만 업고 공짜로 당선됐느냐.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장희 유동근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