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D 절충안’ 물밑 접촉… 여야, FTA 비준안 처리 막판 타결 끌어낼까

입력 2011-11-10 00:34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정치권의 극한 대치가 9일 박희태 국회의장의 ‘단시간 내 강행처리 유보’ 방침으로 한숨을 돌렸다. 그러나 이날 여야의 막판 절충 시도도 성과 없이 끝나 양측의 충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릐막판 절충 나선 여야=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낮 비공개 회동을 갖고 물밑 접촉에 나섰다. 전날 45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FTA 비준동의안 발효 즉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존치 여부에 대한 협상을 개시한다는 약속을 미국에서 받아오면 비준안 처리를 저지하지 않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한 게 계기가 됐다. 하지만 타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민주당 측은 “진전된 안이 제시된 만큼 이제는 한나라당이 성의를 보여줄 차례”라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 측은 “민주당이 새 절충안을 당론으로 먼저 정해야 한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민주당이 ISD 절충안에 대해 소속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있고,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절충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여야 간 막판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야는 10일 본회의를 열지 않고 금주까지 물밑 협상을 지속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관계자 모두 “내일은 본회의가 열리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절충이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다른 야당과 통합작업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가 절충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45명도 구두(口頭)로만 찬성한 상황이어서 실제 당론 채택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당론은 바뀌지 않았다”며 “우리 당론은 한·미 양국 간 ISD 유지 여부에 대한 협상을 ‘즉각 시작한다’는 약속을 미국으로부터 받아오면 비준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민주당 협상파의 움직임을 환영하면서도 강경처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홍 대표는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국민 대다수가 찬성하는 FTA를 일부 야당이 폭력으로 저지한다고 우리가 주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원총회에서 고흥길 의원은 “처리기한을 정하고 (처리가) 안 되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확고한 결의를 보여 달라”고 황우여 원내대표에게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박 국회의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FTA 협상과 관련해 오솔길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오솔길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면 대로(大路)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종태 국회 대변인은 “당분간은 타협 쪽에 더 힘을 북돋워주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릐김성환 장관 “ISD 존폐 재협상은 불가능”=외통위는 야당이 외통위 전체회의장을 열흘째 점거한 상태여서 오후 4시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장에서 전체회의를 열었다.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ISD 존폐를 전제로 재협상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투명성 제고나 ISD의 운영문제는 이미 기존 협상체제에서도 미국 측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우리의 요구를 제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남 위원장이 “ISD에 대해 여야 간 합의가 나와 정부에 이를 요구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정부는 여야의 원만한 합의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민주당 김동철 간사는 “우리 절충안은 ISD 폐기 내지는 제도개선을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손병호 김원철 유성열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