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크레인 안 내려가”… 타결 코앞서 진통

입력 2011-11-09 21:58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사태 풀리나

정리해고 문제로 11개월 가까이 줄다리기를 해 온 한진중공업 노사가 9일 잠정 합의했으나 노조의 조합원 찬반투표가 연기되면서 완전 타결을 보지 못했다.

경찰과 노조 측 간에 크레인 고공 투쟁을 벌이고 있는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의 신병 인도 문제로 충돌하면서 투표가 무산됐다. 경찰은 오후 4시쯤 “김진숙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서 내려오면 바로 체포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노조 측은 “먼저 병원에 가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가 끝난 뒤 자진출두하면 된다”고 맞섰다. 김 지도위원이 결국 크레인에서 내려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1년 내 재고용’을 핵심으로 하는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는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 조합원 200여명은 영도조선소 안 광장에서 농성 중이다.

◇잠정 합의안 도출까지=1년 가까이 끌어온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 갈등은 지난해 12월 15일 사측이 경영 악화를 이유로 400명 정리해고안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20일 전면 파업으로 맞섰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김 지도위원은 지난 1월 6일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고공 농성에 들어갔다.

사측은 노조 파업에 맞서 영도조선소와 울산공장, 다대포공장 등 3곳에 대한 직장폐쇄 조치에 들어가 노사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사측은 1차로 23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170명에 대해서는 정리해고를 통보하면서 구조조정을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지난 6월 27일 전격적으로 노사 합의를 이뤘다. 정리해고자 170명 가운데 76명이 희망퇴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끝까지 희망퇴직을 거부했던 94명은 결국 정리해고됐다.

잠정 합의안이 마련된 9일 현재 김 지도위원은 308일째, 정리해고자 박성호·박영제·정홍형씨는 136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신동순씨는 건강이 악화돼 병원으로 이송된 상태다.

◇정치권의 중재 노력과 ‘희망버스’=정치권의 중재 노력도 여러 차례 있었다. 지난 8월 18일 정치권은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을 국회 청문회에 출석시켜 사태 해결의 노력을 주문했다.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은 수차례 영도조선소를 방문해 농성장 상황을 살폈으며, 조 회장에게 중재안을 제시해 상당 부분 사측의 양보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 10월 국회 차원의 권고안이 제시되면서 이번 잠정 합의안이 도출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치권의 지나친 간섭에 대한 사측과 재계로부터의 비난 목소리도 높았다.

6월 12일 희망버스 16대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에 처음 도착한 데 이어 5차에 걸친 희망버스 행사가 부산과 서울에서 열렸다. 오는 26일 제6차 행사가 영도조선소 앞에서 예고된 상황이다. 희망버스 행사는 부산지역 정서와 정면으로 충돌, 일부 주민들이 물리적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의미와 전망=한진중공업 노사 간 갈등은 봉합됐지만 노사 간 자율조정 측면에서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동운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진중공업 노조 파업은 노사 간 자율적 합의로 이미 끝났지만 그 이후 정치권의 개입으로 얽힌 실타래처럼 꼬이고 말았다”며 “포퓰리즘을 좇는 정치권의 지나친 간섭은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꼬집었다.

부산=이영재 조원일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