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이란핵 보고서 파장] 核 불똥에… ‘유가 200달러’ 악몽속으로

입력 2011-11-09 21:27

이란의 핵무기 개발 우려로 국제 원유시장에서 ‘유가 배럴당 200달러’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시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이란핵 보고서 공개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15달러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초 8개월만의 최저치였던 99.70달러에 비해 20%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두바이유도 전일보다 4.26달러 오른 111.26달러에 거래됐다.

핵무기 개발은 오일쇼크의 원인으로 자주 등장하는 단골메뉴지만 이번엔 상황이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정학적 불안요인에다 악화된 시장 여건까지 맞물리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다.

우선 올해 초부터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재스민 혁명’의 영향이다. 연일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면서 리비아와 예멘, 시리아 등 주요 산유국의 공급이 차질을 빚어왔고, 현재도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어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불안에 따른 공급 불확실성으로 유가가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원유 재고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점도 한몫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의 지난 8월 재고는 9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또 유가 상승의 출발점이 과거보다 높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FT는 설명했다.

여기에 이스라엘 공격까지 가해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란은 걸프해역 원유의 40%에 해당하는 1550만 배럴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차단할 것이고, 결국 유가 급등이 현실화된다. 백악관 원유 자문관을 했던 로버트 맥널리가 운영하는 컨설팅업체 래비던그룹의 설문조사에서도 이스라엘 공격 시 유가는 한 시간 만에 평균 23달러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브렌트유 가격이 175∼29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유가가 배럴당 17달러에서 40달러선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정확하게 예측했던 필립 베리거 역시 “현 상황은 ‘유가 배럴당 200달러’ 시나리오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는 지난 4월 보고서를 통해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에 이르면 세계 경기는 새로운 침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며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2.5% 포인트 하락하고 소비자 물가는 2% 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