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치를 이땅의 아들·딸들에게…

입력 2011-11-09 20:39


아마도 넌 오늘, 동그란 시계를 손에 차고, 도시락 가방을 챙겨 들고 집을 나갈 거야. 스무 살이 되는 마지막 관문을 막 열어젖히는 중이지.

오늘은 네가 세상 첫 관문을 여는 날

누군들 오늘이 두렵지 않겠니? 가슴은 어쩌면 평소보다 조금 더 크게 뛸지도 몰라. 손바닥에서 조금씩 땀이 배어나기도 하겠지. 오늘을 위해서 지난 3년간, 혹은 4, 5년간 준비했다고 생각하면 긴장 안 할 수 없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비장한 마음으로 입술을 꾹 다물 필요는 없어.

오늘 또한 수없이 예비된 너의 하루야. 그러니까 두려워할 이유는 더더욱 없어. 네가 지금 아쉬움이나 후회로 아무도 모르게 가벼운 한숨을 쉬거나 긴장한 나머지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있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약 그렇다면, 네가 지금 잊고 있는 게 뭔지 생각하기 바래. 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마. 누구든 다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지독한 시험을 쳐야만 한다는 일반론을 말하려고 하는 게 아니야. 너를 위해 기도한 어머니, 아버지, 친구, 누나 형, 선생님. 그리고 그들을 위해서 또 기도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 너는 파도가 바다를 이끌고 가듯, 수많은 기도들을 이끌고 가는 중이야. 아니, 그 뜨거운 기도들에 지금 밀려가는 중이야. 너는 반드시 목적지에 도달할 거야.

후회보다 1초의 기도가 간절한 때란다

앞에서 너를 끌어준 분과 뒤에서 밀어주는 이를 믿고 눈을 한번 꿈뻑 크게 떠봐. 자, 긴장 풀고 한번 웃어봐! 그러니까 넌 오늘 강한 척하지 않아도 된다니까! 집을 나설 때 뒤를 돌아보며 한번 씩 웃어 주었으면 좋겠다. 가능하다면 현관을 나가기 전에 엄마를 한번 꼭 껴안아 주었으면 해. 넌 그동안 최선을 다했고, 설령 조금 덜했다고 하더라도 채워줄 분이 계시니까!

집 나서기 전 엄마를 꼬옥 안아주렴

너란 존재는 지금 이 순간 부서지는 작은 물방울이 아니라 거대하게 밀려가는 파도란다. 오늘의 결과에 스무 살의 네 인생이 달렸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오늘도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지 알아가는 하루일 뿐이야. 충실히 보내야 하는 시간일 뿐이지. 하루하루는 우리가 치르는 시험인지도 몰라. 물론 너는 오늘도 그 시험을 잘 치러낼 거라고 믿어. 네가 힘써 노력한 것, 간구한 것, 모란 것은 시험장 꼭대기에 앉아서 너를 지켜볼 분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계실 테니까!

‘주님 제가 몰라서 간구하지 못한 것까지 꼭 채워주시리라 믿습니다. 아멘.’ 이건 급할 때 써먹는 나의 기도법이야. 지금은 1분의 후회와 자책보다 1초의 기도가 필요한 순간일 거야.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 우리 믿어보자!

김수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