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박태준 찬송가碑 남대문교회에 선다
입력 2011-11-09 20:41
“나 이제 주님의 새 생명 얻은 몸/옛것은 지나고 새 사람이로다….”
수많은 성도들이 즐겨 부르는 찬송가 436장(통일 493장) ‘나 이제 주님의 새 생명 얻은 몸’이 서울역 앞 남대문교회 옆 뜰에 찬송가 비(碑)로 우뚝 선다.
이 찬송가는 동요 ‘오빠 생각’의 작곡가 고 박태준(1900∼1986) 집사가 1967년 작곡했다. 박 집사 탄생 111주년을 맞는 20일 오후 3시 그를 추모하는 찬송가기념비 제막식이 음악계 인사와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다. 이날 남대문교회 시온찬양대는 추모 공연을 펼친다. ‘나 이제 주님의…’와 함께 ‘부활’ ‘평안’ ‘내 마음’ ‘인생을 건지신 주’ ‘귀한 주의 사랑’ 등 그가 작곡한 성가들이 울려 퍼질 예정이다.
그를 기리는 180㎝ 높이의 찬송가비에는 ‘나 이제 주님의…’ 악보와 개인 약력이 새겨진다. 이 찬송가 가사는 이호운(1911∼1969) 목사가 67년 찬송가 개편 때 만들었다. 예수를 믿고 새 사람이 되어 주님과 함께 영원한 삶을 살겠다는 중생의 기쁨을 표현한 것이다.
대구서 태어나 평생을 동요와 가곡, 성가 작곡에 몸 바친 박 집사는 한국 가곡의 뿌리로 불린다. ‘주 예수 흘린 피’ ‘어둠의 권세에서’ 등 찬송가와 가곡, 동요 150여곡을 만들었다. 그는 대구 계성학교와 평양숭실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터스컬럼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웨스트민스터 콰이어대에서 합창 지휘를 전공했다. 박 집사는 남대문교회 성가대를 28년 동안 지휘했다. 독립운동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45년 해방 후 한국오라토리오합창단을 창단, 헨델의 ‘메시아’를 초연하는 등 합창음악 발전에 기여했다. 연세대 종교음악과를 55년 설립, 기독교 음악교육의 초석을 쌓고 연세대 음대 초대학장을 지냈다. 한국음악협회 회장을 맡아 서울음악제를 창설하기도 했다.
74년 도미, 로스앤젤레스에서 신병 치료를 하면서도 지휘 활동을 계속했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퍼지는…” 학창시절 추억을 담은 ‘동무생각(思友)’과 ‘새 나라의 어린이’ ‘맴맴’ ‘집 생각’ 등 그의 작품은 정돈되고 아름다우면서 격정이 내재돼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연세대 교가와 제헌절 노래도 작곡했다. 예술원상(1961년)과 문화훈장 대통령상(1962년), 국민훈장 무궁화장(1970년), 고마우신선생님상, 소파상 등을 받았다.
막내아들 박문식(66) 집사는 “시대적 어려움을 찬양으로 극복해 낸 아버지의 정신이 아직도 살아 있는 듯하다”며 “찬송가비 건립에 힘써 주신 교회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태준기념사업위원회 김충현 위원장은 “한국교회 불후의 명곡인 ‘나 이제 주님의…’는 70∼80년대 한국교회 부흥과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며 “한국교회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오래 보전하기 위해 찬송가기념비를 세우게 됐다”고 밝혔다. 손윤탁 남대문교회 목사는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는 고린도후서 5장 17절 말씀처럼 고 박태준 집사는 민족과 어린이, 하나님을 사랑한 신앙인이셨다”고 회고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