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임시 연정 총리에 파파데모스 ECB 전 부총재

입력 2011-11-08 22:16

루카스 파파데모스(64) 전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가 새로운 그리스호를 이끌 선장이 됐다. 그리스 여야는 8일(현지시간) 정오 긴급 내각회의를 열고 파파데모스 전 ECB 부총재를 3개월 시한부 연립정부를 이끌 총리로 합의했다고 독일 뉴스통신 dpa가 집권 사회당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날 보도했다.

파파데모스는 2차 구제안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새 정부의 존속 기간을 연장하고, 신민당이 내각에 참여하는 등 몇몇 조건이 충족돼야 총리직을 수락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새 총리는 내년 2월 총선 때까지 유럽연합(EU)의 대(對) 그리스 2차 지원 및 긴축재정 패키지에 대한 의회 비준을 이끄는 한편 현재의 정국 혼란을 수습할 책임을 맡는다.

로이터 통신은 신민당이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을 비롯한 경제팀은 EU 등과의 구제금융안을 논의하는 데 일관성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유임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파파데모스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물리학(학사)과 전기공학(석사)을 전공한 뒤 같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딴 미국파 경제학자다. 미국과 그리스에서 교수생활을 한 뒤 1990년대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데 이어 2002년부터 작년까지 ECB 부총재를 역임하며 이름을 알렸다. 중앙은행 총재 시절 그리스가 드라크마를 포기하고 유로존에 가입한 데 관여한 그는 역내 경제 소국(小國)들을 외부 충격에서 보호하는 데 단일 통화인 유로가 긍정적 기능을 한다고 주장한 ‘유로존 옹호론자’다. 또 정부부채 문제에 대한 ECB의 과도한 개입을 경계하는 동시에 해당국 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지난 6월 개각 당시 재무장관 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연립정부가 구성될 때만 내각에 참여하겠다’며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