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 낸 허영만

입력 2011-11-08 19:04

“광대한 영토 정복한 칭기즈칸과 몽골 전사 잔혹하고 비겁했던‘인간 테무진’도 그렸죠”

‘식객’ ‘타짜’의 만화가 허영만(64)씨가 칭기즈칸을 주인공으로 한 역사만화 ‘말에서 내리지 않는 무사’(월드김영사)를 냈다. ‘식객’ 이후 8년 만의 신작이자 ‘각시탈’(1974) ‘쇠퉁소’(1982) 이후 30년 만에 내놓은 역사만화다. 12∼13세기 몽골을 배경으로, 잘 때도 먹을 때도 말을 떠나지 않았다는 몽골 전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2권 시리즈의 첫 두 권을 낸 허씨가 8일 서울 정동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그는 “변변한 통신수단이 없던 시대에 칭기즈칸은 어떻게 광대한 영토를 정복했을까 늘 궁금했다”며 “내가 나이가 많지 않으냐. (대작은) 힘 떨어지기 전에 해야 할 것 같아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갑옷, 무기류, 장신구 등 몽골 무사의 외양부터 먹고 자고 살아가는 생활상까지 고증해야 하는 탓에 품이 여간 많이 들지 않았다. 허씨는 “이번 작품 그리면서 소설가가 될 걸 왜 만화가가 됐나 후회도 많이 했다”며 웃었다.

“4만명이 싸운 전투를 그릴 때 4만명 기분을 내려면 최소 200명은 그려야 한다. 소설은 그냥 4만명이 싸웠다고 쓰면 그만 아니냐(웃음). 그게 무척 힘들더라. 문하생 3명이 도와주고 있는데 인물 그리는 친구가 매일 늦게까지 남았다. 그래도 배경이 아무것도 없는 평원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웃음).”

고증과 정확한 묘사는 기본이고, 진짜 즐거움은 작가가 보탠 픽션에 있다. 그는 “징기스칸이 한참 활동할 때도 문자가 없지 않았느냐. 역사책을 보면 연대도 잘 맞지 않아서 몽골사는 고증이 어렵다. 그런 만큼 (작가가 상상력으로) 끼워 넣을 수 있는 얘기가 많더라”고 말했다. 이어 “칭기즈칸의 라이벌인 자무카(몽골의 정치·군사 지도자)의 경우 보통은 간사하게 그려지는데 극적 긴장감을 위해 뛰어난 인물로 처리하는 식이다. 픽션이 40%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때로 잔혹하고 비겁했던 ‘인간 테무진’(칭기즈칸의 본명)을 형상화하는 데도 애를 썼다. 허씨는 “(칭기즈칸은) 방해가 되면 삼촌이든 누구든 과감하게 쳤다. 아내도 놔두고 도망갈 정도로 비겁한 모습도 있다”며 “자기중심적이었지만 큰 덩어리를 보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그 넓은 땅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