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 태양광 산업 ‘먹구름’
입력 2011-11-08 18:23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주목받았던 태양광 산업에 어두운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제 위기가 계속되면서 수요가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산업에 승부수를 띄웠던 기업들은 잇따라 사업을 축소하거나 투자시기를 늦추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태양광 발전설비를 생산하는 충북 음성 공장 3곳 중 2007년 준공한 제1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고 8일 밝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근 주문량이 줄어들어 가장 규모가 작고 설비가 노후한 1공장 가동을 지난 6월부터 중단했다”고 말했다. 한때 120%에 달했던 공장 평균 가동률은 1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50% 선에 머물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6월 5000t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을 발표했지만 최근 이에 대한 투자 연기를 고려 중이라고 공시했다. 태양광전지 생산과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미리넷솔라는 과잉 투자와 시장상황 악화로 공장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8일부터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에너지시장조사업체인 솔라앤에너지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셀 제조사 10월 가동률은 23%에 불과했다. 태양광 산업은 폴리실리콘(태양전지에서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원료), 잉곳(폴리실리콘을 녹여 만든 균일한 덩어리) 및 웨이퍼(잉곳을 얇게 자른 것), 셀(태양전지), 모듈 등의 제품과 시스템 등으로 수직계열화가 이뤄진다.
태양광 산업이 어려움에 빠진 것은 세계 태양광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유럽의 경기 침체와 맞물려 있다. 유럽은 발전차액제원제도(FIT)를 도입해 발전단가가 비싼 태양광의 보급을 촉진해왔다. 하지만 최근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서 독일 등 유럽 각국이 태양광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공세도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뛰어들면서 2008년 말 와트(W)당 3.8달러 정도였던 태양광 모듈 가격은 최근 1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태양광 산업의 위기는 일종의 ‘성장통’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이성호 부회장은 “태양광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화석 연료의 발전단가와 태양광 발전단가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다가오면서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많아졌고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면서 “도태되는 기업도 있겠지만 이를 계기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도 당장은 어렵지만 장기전에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한화케미칼은 1조원을 투자해 여수에 짓고 있는 1만t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2013년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한화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최근 상황에 관여치 않고 계속 추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도 국내 최대 규모의 박막태양전지공장을 내년에 준공해 폴리실리콘부터 태양전지, 모듈, 발전시스템까지 생산하는 태양광 일관생산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