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매몰지 환경평가 파장… 정부 뒤늦게 실토 2차오염 무방비

입력 2011-11-08 21:49

구제역 가축 매몰지에 대한 정부의 환경영향조사 결과 105곳에서 침출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8일 드러남에 따라 지하수나 하천 등의 2차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지하수는 유속이 매우 느리지만 한번 오염되면 복원하기 매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침출수가 연간 20∼30m 이동한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따른다면 매몰지 침출수 유출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근 지하수와 하천 오염으로 이어져 장기간 환경 문제로 나타날 수 있다.

환경부는 “침출수가 상수원에 유입될 경우에도 미생물과 각종 오염물질은 정수처리가 가능해 수돗물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살모넬라, 바실러스, 장내세균 등 미생물은 약품처리와 염소 소독을 통해 99.9% 이상 처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축이 썩으면서 나오는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등 무기물질도 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 매몰지 인근 지역 주민의 불안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축산 농가에서 사용하는 항생제 등 각종 약품과 가축 매몰지에서 급격히 증식한 바이러스 등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식수를 지하수에 의존하거나 매몰지 주변에서 농작물을 키우는 주민 입장에서는 물의 오염 여부를 미리 인지하고 대비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환경부는 3분기 매몰지 인근지역 지하수 수질 모니터링 결과를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환경영향조사에서 침출수 유출이 확인된 만큼 유출지역을 즉시 공개하고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침출수 유출로 지하수가 오염되면 이용을 금지하고 상수도를 공급하는 것 외에 오염 확산을 막을 뚜렷한 방법이 없다.

환경부는 올해 23억3000만원의 예산을 편성해 매몰지 주변 5m 이내 관측정을 대상으로 분기마다 실시한 환경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매몰지 주변 300m 이내 지하수 관정 수질 오염 여부를 발표해 왔다. 지난 2분기 기준 매몰지 7917곳 가운데 31.8%인 2519곳의 수질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수 관정조사 결과에 대해 환경부는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 염소 이온 수치가 동시에 상승할 때만 침출수로 인한 지하수 오염으로 판정하는 관행을 들어 침출수의 영향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질산성 질소, 암모니아성 질소는 주변에 밀집한 축산단지에서 나온 축산폐수와 분뇨 및 퇴비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지하수 관정을 폐쇄하고 상수도 인입관을 연결해 쓰도록 조치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