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금리’ 선택은… 실물 경색 조짐에 각국 금리인하 움직임

입력 2011-11-08 21:36


선진국 재정위기로 인한 실물경기 경색 조짐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스탠스도 변화 조짐이다. 일부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처럼 본격적인 한은의 금리인하 행보가 나타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금리인상 시점을 고민하던 한은의 모습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제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동결을 얼마나 지속할지, 금리인하를 언제 결정할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의 통화정책 행보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8월 터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내린 것을 시작으로 브라질, 인도네시아, 유럽중앙은행(ECB)이 일제히 인하 대열에 동참했다. 마치 2008년 당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대응과 흡사하다.

자연스럽게 우리도 비슷한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2008년에는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까지 오른 가운데 정부의 고환율 정책 등으로 물가가 6∼9월 5%가 넘게 급등했다. 금통위는 그해 8월 기준금리를 연 5.0%에서 5.25%로 올렸다. 하지만 다음 달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금통위는 그해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5개월 만에 무려 3.25% 포인트나 금리를 떨어뜨렸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8일 “2008년과 같은 급격한 충격은 아니겠지만 현 유럽문제가 상당히 오래 갈 것”이라며 “위기로 인해 물가는 정점을 찍었기 때문에 금리정상화를 얘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다.

금통위 인적 구성을 볼 때 금리인하가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 총재와 부총재를 뺀 임명직 금통위원 4명 중 2명은 금리인상에 극도로 신중한 비둘기파로 알려졌다. 임명직 금통위원 표 대결에서 2대 2로 나올 경우 총재·부총재가 유럽 경제위기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금리인하가 쉽게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초 경기가 경색될 경우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부쩍 많아졌다.

하지만 금통위가 선제적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우리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2008년 당시 경제성장률이 3분기 3.3%에서 4분기 -3.3%로 급락했지만 올해에는 3분기 3.4%에서 4분기에는 오히려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 체질 자체가 달라졌다는 얘기다. 여기에 물가상승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부 교수는 “현 금리 수준도 3%대에 불과해 3년 전과 달리 금리인하를 해도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