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사르코지 독방 대화 “다 들었네”… 마이크로폰 켜져 대화 자동번역, 기자들에 들통

입력 2011-11-08 18:04

지난 3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자들의 눈을 피해 조용한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는 둘뿐이었다. 도청의 염려도 없었다.

공식석상에서는 말 할 수 없는 두 사람 간의 솔직한 대화가 시작됐다. 먼저 오바마가 사르코지를 맹렬히 비난했다. 팔레스타인의 유엔 산하기구 정회원 가입을 미국이 명백히 반대했는데도 (미국의 우방인) 프랑스가 어떻게 찬성할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그러자 머쓱해진 사르코지는 이스라엘 총리에게 화살을 돌렸다. “나는 그 사람(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을 참을 수가 없어. 그는 거짓말쟁이야(liar).” 그러자 오바마가 말했다. “당신 그에게 질린 거야? 난 매일 그와 협상해야 한다고!”

그들은 둘만의 대화가 당연히 비밀이 보장된다고 생각했겠지만 오판이었다. 두 사람이 귀에 꽂고 있던 마이크가 켜져 있었던 것이다. 이 마이크는 각 정상들의 말을 자동으로 번역해준다. 오바마는 영어로 사르코지는 불어로 이야기를 했고, 대화는 각자의 마이크를 통해 자동 번역됐던 것이다. 그리고 이 대화는 기자실에 남아 헤드셋을 끼고 있던 프랑스 기자 5∼6명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두 정상의 ‘뜨끈뜨끈한’ 대화를 들은 기자들은 바로 본사에 전화하기 위해 수화기를 잡았다. 그제서야 프랑스 대통령궁은 심각한 사태를 감지했다. 이미 3분이란 시간이 흐른 뒤였다.

놀란 엘리제궁은 현장에 있던 기자들에게 이 사실을 절대 보도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도록 한 후에야 귀가시켰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이란 없었다. 한 기자가 프랑스의 한 블로그에 사태의 전말을 올렸다. 그는 대중에게 이런 정보를 감추라고 하는 데 화가 났다고 말했다고 미국 Ynet뉴스가 7일 보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