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통합 추진하는 민주당… 당내통합부터 챙겨야 할 판
입력 2011-11-08 17:55
지도부의 야권통합안에 대한 민주당 내부 불만이 차기 당권주자들을 중심으로 결집되고 있다. 차기 당 대표 1순위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 당 대표 출마 의사를 밝힌 정대철 상임고문 등이 반발 움직임을 주도하면서 민주당은 야권통합에 앞서 당내 통합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8일 낮 12시 여의도 한 식당에서 권노갑, 김상현, 한광옥, 박상천, 신기남, 문희상 등 당내 고문단과 함께 손학규 대표를 만났다. 정 고문은 이 자리에서 손 대표가 내놓은 통합안을 강하게 비난하는 문건을 내놨다. ‘혁신과통합’은 과거 동지들로 영입대상이며 한국노총은 정책연합, 선거연대 대상일 뿐이라는 게 요지다.
정 고문은 “현 지도부가 ‘민주진보 통합정당추진기구’를 제안하는 건 당헌 위배”라며 “조기 전당대회를 미뤄 결과적으로 총선 예비후보자에 대한 심사권을 현 지도부가 갖게 한 것도 대권과 당권을 분리하는 당헌 정신에 어긋난다”고 질타했다. 참석한 고문들도 정 고문 의견에 동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에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의원 25명이 여의도 한 호텔에 모였다. 한 의원은 “통합전대는 실체와 주체가 없다는 지적이 주로 나왔다”며 “(손 대표 측에서) 10일 전후로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놓는다 하니 이를 보고 대응하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의원도 “혁신과통합 측에서 지분을 요구하는 행태를 보이면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민주당 독자전당대회 준비위 구성 및 일정 공개’와 ‘공개의총’ 요구 등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눈앞에 닥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문제 때문에 겉으론 잠잠하지만 수면 아래선 불만이 끓고 있는 양상이다.
원외 지역위원장 20여명도 이날 여의도에서 대책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현역 의원도 일부 참석했다. 이들은 10일쯤 입장을 내고 민주당 단독 전당대회를 요구하는 대의원 서명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대의원 3분의 1 이상이 요구하면 당은 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
현 지도부는 민주당 단독 전대 불가 입장이 강력하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당만의 전대를 치르면 결국 제3세력이 출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인영 최고위원도 “시간이 없다. 현 지도부와 당권주자가 합의를 이루고, 하나의 통합경선을 진행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특히 통합전대에 대한 손 대표의 의지가 강하다. 민주당 전대와 통합 전대를 따로 치르는 ‘투샷’ 통합은 지분을 미리 나눠야 하는데 이 과정이 구태정치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손 대표 측은 “경선을 나눠서 하면 공동 지도체제가 구성되고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 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