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쇄신 결론은 ‘물갈이’… 영남권 고령 의원들 타깃

입력 2011-11-08 21:26


한나라당의 쇄신 논의가 결국 ‘공천 물갈이’ 논쟁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의원들은 “사람을 바꾸는 것만큼 변화를 보여주기 쉬운 방법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영남권 고령·다선 의원들이 사실상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고령 의원 출마포기가 쇄신”=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이하 여연)는 8일 공개한 내부 문건에서 “당이 다음 해 4월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새로운 인물을 대거 영입하고 고령 의원들의 자진 출마포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연은 15대 총선 공천을 ‘대대적 외부인사 영입을 통해 불리한 선거환경을 극복한 사례’로, 17대 총선을 ‘고령 의원 20여명의 자진 출마포기 선언 등 쇄신으로 기사회생한 사례’로 각각 꼽았다.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은 1996년 ‘김영삼 정부’ 4년차에 치러진 15대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그 결과 정권심판론이 확산되던 분위기 속에서도 전체 299석의 과반에 육박하는 140석을 확보하며 선전했다.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차떼기’로 대표되는 불법대선자금 사건으로 민심이 악화되자 30∼40대 정치 신인들을 대거 발탁하는 강수를 뒀다. 당시 탄핵역풍으로 열린우리당에 제1당의 자리는 내줘야 했지만, 개헌저지 의석수 100석을 크게 상회하는 121석을 확보했다.

당내 대권주자인 정몽준 전 대표도 물갈이론에 힘을 보탰다. 그는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보면 1년 단위로 선수가 바뀐다”며 “(내년 총선 공천은) 4년에 한 번 하는 인사이므로 가능한 한 최대한 많이 바뀌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전날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한나라당의 안전지대로 분류되는 서울 강남이나 영남 지역에서 50% 이상 물갈이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현재 한나라당에서 19대 총선 출마포기를 공언한 국회의원은 김형오 의원(5선)과 원희룡 의원(3선) 둘 뿐이다.

◇“물갈이보다 쇄신이 먼저”=영남권에서는 즉각 반발이 터져 나왔다. 친박근혜계 박종근 의원은 “공천 문제는 당 차원에서 논의하면 되는데 왜들 각자 떠들어대는지, 공천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속내를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한구 의원은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다. 영남이니 어쩌니 잣대를 갖다대는 것은 너무 자의적”이라고 반박했다. 김태환 의원도 “노년 세대가 늘어나는데 나이 많은 사람 순서로 자른다는 것은 택도 없는 얘기”라고 가세했다.

‘물갈이=쇄신’ 등식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쇄신파인 김성식 의원은 한 라디오방송에서 “물갈이론으로 국정 쇄신과 당 쇄신의 우선순위들을 덮을 수 없다. 당과 정부가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데 물갈이를 한다고 해서 국민이 박수를 칠 거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단 지도부는 9일부터 3주 동안 수시로 개최하기로 한 ‘쇄신 의원총회’를 앞둔 상황에서 섣부른 쇄신 논의를 경계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쇄신 방향은 결정된 바 없고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또 이명규 원내수석부대표도 “의총에서 논의가 끝나면 원외 당협위원장과의 연석회의를 한 뒤 지도부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방식으로 쇄신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