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물갈이론, 순서가 맞지 않다”

입력 2011-11-08 18:07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당 쇄신 논의의 일환으로 제기된 공천 물갈이 주장에 대해 “(순서가) 맞지 않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8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친박계 김영선 의원 출판기념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쇄신 방향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내놨다. 박 전 대표는 “국민의 삶이 어려운 시기에 개혁의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며 “쇄신 첫걸음은 국민의 삶에 직접 다가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예로 대학 등록금 부담 완화 문제를 비롯해 사회보험료 지원과 노인 빈곤 문제, 비정규직의 아픔 등을 거론했다.

그는 “이런 문제에 대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국민들로부터 진정성을 인정받은 바탕 위에 당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논의를 해야지, 그런 것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국민들 눈에 허망한 (정치권의) 기득권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여당은 이런 문제에 대해 실질적으로 예산을 반영시키고, 시행됐는지 챙기고 실천되도록 하는 위치에 있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쇄신파 25명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와 정책 노선 변경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 얘기도 귀 기울여 들을 얘기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쇄신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동시에 이명박 정부와의 정책 차별화를 예고한 것이란 분석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쇄신파 의원들은 이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성장 중심의 정책 기조를 성장과 고용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구조로 바꾸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과감한 해결책 제시 등을 요구했다. 특히 박 전 대표의 이날 발언은 한나라당이 공천 논의에 앞서 민생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을 촉구함으로써 당내 쇄신 논의가 공천 개혁 등으로 흐르는 것에 제동을 건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영남과 서울 강남 50% 물갈이’를 주장한 뒤 당내에서는 영남과 고령 의원 물갈이론 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박 전 대표가 이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으나 사실상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쇄신 논의가 당내 세력 간 공천 주도권 다툼으로 변질될 것에 대한 우려 표명으로도 읽힌다.

당내 친이계 등 다른 계파에 비해 친박계에 영남권을 비롯해 고령 의원이 많은 만큼 박 전 대표가 미리 ‘방패막’을 친 게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김나래 노용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