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혼란’] 정부 “박원순 문제제기 근거 약하고 우려 과장됐다”

입력 2011-11-09 01:17


5개 정부부처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제출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의견서에 대해 8일 정면 반박하고 나선 것은 반대여론 확산을 막고 진실을 알리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공동 대응이다.

정부는 8일 합동 브리핑에서 10쪽에 이르는 자료를 내고 서울시가 주장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대해 “과장된 우려”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우선 ISD 피소 당사자는 국가(중앙정부)이며, 패소 시 중앙정부가 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한 ISD 피소가 급증하고, 패소할 경우 재정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ISD 사건 중 패소 사례를 보면 일부 지방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규제 조치가 문제였던 만큼 공공정책과 규제 조치가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이뤄진다면 ISD를 제기할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한·미 FTA 협정에 비합치되는 조례나 조치가 많을 수 있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한·미 양국은 주정부나 지방정부의 조례·조치는 협정 적용에서 포괄적 예외로 처리키로 합의했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ISD 적용에서 배제되는 공공정책을 추가로 늘려야 한다는 부분도 서울시의 ‘기우(杞憂)’라고 했다. 이미 공공정책은 이중, 삼중으로 방어막을 쳤다는 설명이다.

한·미 FTA에서 국민건강보험, 중앙은행 금융서비스, 정부 제공 공공서비스, 보조금 등은 모두 적용이 배제됐다. 공중도덕 보호, 생명·건강, 안보적 이익과 같은 사유가 있을 경우 예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조항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정부 조달에서 국내산 농산물 구매, 금융회사의 중소기업 대출의무 유지 등 개별 분야에서 정책 권한을 확보하는 등 여러 겹에 걸쳐 공공정책의 자율권을 보장했다”고 말했다.

또 한국전력공사나 한국가스공사의 외국인 주주가 공공요금을 무차별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공공요금을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협정문에 명시했다고 맞받아쳤다. 전기·가스 공급 부문에서 외국 업체와 국내 업체를 차별할 수 있고, 외국인 경영권에 제한을 가할 수 있도록 해 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조례가 협정문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제도를 합리적으로 운영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했다. 정부가 확인한 바로는 미국계 SSM이 우리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 서울시는 SSM 입점이 제한되는 전통상업보존구역을 지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