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압수수색] 檢 “확인할 때 됐다”… 최회장 의혹 입증자료 축적한 듯

입력 2011-11-08 22:00


검찰이 8일 SK그룹을 동시 압수수색하며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은 최태원 회장 형제의 비리 의혹을 뒷받침할 상당한 자료를 축적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이제 확인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 회장 등이 개인 선물투자 및 손실액 보전 과정에 회삿돈을 끌어들였는지를 파헤치는 데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 회장 선물투자 정조준=SK그룹 수사는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 대표인 김준홍씨가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되면서 전기를 맞았다. 검찰은 지난 3월 베넥스 금고에 보관 중이던 최재원 부회장의 수표 175억원을 발견했다. 김씨는 최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1998년 SK에 입사해 3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할 정도였다. 2006년 10월 자본금 80억원으로 설립된 베넥스에 SK그룹 18개 계열사가 2800억원을 집중 투자하다 보니 베넥스가 SK그룹의 위장 계열사가 아니냐는 의심도 샀다.

검찰은 SK 계열사들이 베넥스 투자금을 일부 전용해 최 회장의 선물 투자금이나 손실 보전에 썼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지난 9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가 맡았던 최 부회장의 비자금 의혹 수사와 금융조세조사3부가 진행하던 최 회장의 선물투자 손실 보전 의혹을 모두 넘겨받은 특수1부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수백개의 계좌를 일일이 쫓아가며 최 회장이 운용한 선물투자 자금의 실체를 규명할 기초자료 수집에 주력했다.

검찰은 SK텔레콤 등이 베넥스에 투자한 500억원 정도가 자금 세탁을 거쳐 김씨 차명계좌로 나갔다가 SK해운 고문 출신인 김모(50·해외 체류)씨 계좌로 건너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SK가스 등의 자금이 단기간에 베넥스에 다시 유입된 흐름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돈이 베넥스를 통해 최 회장 개인 투자에 이용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최 회장에 대한 직접 수사가 불가피하다. 윤 차장은 “자금 흐름을 보기 위한 압수수색”이라며 “한 달 안에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SK, 8년 전 악몽 재연되나?=SK그룹은 2003년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고 그룹 수뇌부가 한꺼번에 기소된 전력이 있다. 서울지검 형사9부는 2003년 2월 17일과 19일 SK 구조조정추진본부, SK글로벌 등을 연이어 압수수색한 뒤 23일 최 회장을 구속했다. 수사 착수 후 회장 영장까지 6일 만에 끝낸 속전속결이었다. 검찰은 그 다음달 1조5000억원 분식회계 혐의로 최 회장과 김창근 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장을 구속 기소하고, 손길승 당시 SK그룹 회장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 회장은 2008년 5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다. 2003년이 그룹 차원의 문제였다면 이번은 총수 형제의 개인 비리 의혹이라는 점이 차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