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압수수색] 최태원 회장과 대학동문·친한 사이인데… 한상대 총장, 결심한 듯 칼 빼들어

입력 2011-11-08 22:05


한상대 검찰총장이 결국 SK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SK그룹과의 관계를 집중 추궁당한 인사청문회를 거쳐 지난 8월 12일 검찰총장에 취임한 지 88일 만이다.

인사청문회 당시 한 총장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들로부터 SK그룹과의 유착 의혹을 받았다. 한 총장이 고려대 법학과 77학번으로 최태원(고려대 물리학과 79학번) SK 회장과 동문인 데다 서로 테니스를 치는 사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또 한 총장의 처남 박태진 SK C&C 상무가 법인 명의의 승용차를 한 총장에게 무상 제공했다는 의혹과 한 총장이 서울지검 부장검사 시절 같이 근무했던 부부장검사가 SK그룹 CPR 팀장인 윤진원 부사장이라는 사실도 거론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한 총장과 SK그룹의 관계를 근거로 한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진행했던 최 회장 및 최재원 SK 부회장에 대한 비자금 수사가 축소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한 총장은 당시 “최 회장과 가끔 테니스를 치긴 했지만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부임한 후로는 최 회장이나 윤 부사장을 만난 적이 없다”며 “공사 구분을 명확히 해서 철저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한 총장 취임 후 SK그룹에 대한 본격 수사 시점이 언제일지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 관심이 모아졌다. 한 총장이 ‘철저 수사’를 공언한 만큼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피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8일 검찰이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은 사건 재배당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고, 더 늦을 경우 해를 넘길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 총장 취임 전부터 ‘봐주기’ 의혹을 받아온 수사인 만큼 검찰 역시 향후 수사에 부담이 큰 상황이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