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러운 두 사람 부드러운 첫 대면… 박원순 서울시장 국무회의서 李 대통령과 만남

입력 2011-11-08 17:56


이명박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8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처음 대면했다. 이 대통령이 전날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사실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를 촉구한 반면 박 시장은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정부에 보낸 터였다. 또한 박 시장은 취임하자마자 이 대통령이 포퓰리즘이라 비판했던 무상급식 예산안을 결재했고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지원도 강행했다.

여러 가지로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은 과거 가까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국무회의 시작 전 티타임 장소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먼저 박 시장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누며 “내가 (서울)시장 때 (박 시장의 시민운동 사업에) 많이 협조했다”고 했고 박 시장은 “맞다. 그때는 자주 뵈었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나도 김대중 대통령 때 (서울시장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노무현 대통령 때는 참석하지 못했다”며 서울시장 시절 국무회의 경험을 소개했다. 김대중 정부는 대통령령에 따라 서울시장을 국무회의에 배석시켰으나 노무현 정부에선 필요할 때만 배석토록 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후 대통령령을 개정, 서울시장 배석을 의무화해 박 시장이 국무회의마다 참석하게 된 것이다.

박 시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때 서울시 사업에 참여했던 얘기를 꺼내며 “에코 카운슬(서울시 자문기구)에 (저를 자문위원으로) 받아주셨고, 그린트러스트(도시숲 만들기) 단체에서도 일을 맡았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숲 만들 때 박 시장이 애 많이 썼다”고 덕담을 건넸다. 박 시장은 “기회를 주시면 여러 말씀을 드리고 싶다”며 서울시정과 관련해 건의할 게 많이 있음을 내비쳤다.

두 사람은 서울시장과 시민운동가로 좋은 관계를 맺었으나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박 시장이 ‘국정원의 시민단체 사찰’을 주장하며 MB정권 비판에 나섰고 지난 보궐선거에서 승리해 이 대통령에게 커다란 정치적 타격을 안겼다.

국무회의에 앞서 박 시장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따로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주로 김 장관 얘기를 박 시장이 듣는 모습이어서 김 장관이 한·미 FTA의 당위성을 설명했으리란 추측이 나왔다. 국무회의 석상에서 박 시장은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