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하원, 예산 승인안 가결…베를루스코니 총리, 의석 과반 확보는 실패

입력 2011-11-09 01:11

이탈리아 하원이 8일(현지시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예산 지출 승인안 표결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의석 과반 확보에는 실패해 총리 사임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연 이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여기에 일종의 방화벽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재원 확충 방안 마련이 12월로 미뤄지면서 유로존 위기가 또다시 어려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탈리아, 예산 지출 승인안 가결=이탈리아 하원은 이날 표결에서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 321명이 대거 기권한 가운데 찬성 308표로 예산 지출 승인안을 가결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하지만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재적 630석의 과반인 316석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정권 유지에 필요한 다수를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총리는 사임 위기에 직면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피에르 루이기 베르사니 당수는 표결 직후 “현 정부는 하원에서 더 이상 다수가 아니다”며 베를루스코니 총리에게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유로존 출범 이후 최고인 6.74%까지 치솟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전날 6.68%에 이어 연 이틀 기록을 경신했다. 빚을 더 내려면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고,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는 뜻이다.

국채 수익률 6%대 후반은 이탈리아 채무 능력이 위험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유럽 재정위기 추이를 살펴볼 때 국채 수익률이 7%를 넘어서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국내 상황이 이상 신호를 보이자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유럽연합(EU) 재무장관회의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급히 귀국했다.

◇EFSF 확대안 12월에 타결하기로=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27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는 금융위기 대책보다는 금융거래세 도입을 둘러싼 격론이 벌어졌다. 독일 프랑스 등 유로존 핵심 국가들은 EU가 이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 주장했다. 그러나 영국과 스웨덴 등 비(非)유로존 EU 국가 대부분은 금융거래세가 새로운 규제이자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반대했다.

한편 전날 유로존 17개국 재무장관들은 EFSF 확충 방안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선 각국의 국채에 대한 일종의 보험을 발행하는 방안과 EFSF 자금을 시드머니로 하는 민관 합동 펀드 조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입수한 문서를 통해 “유로존 각국이 11월 말까지 EFSF 확대에 관한 법적·기술적 문제를 해결하고 12월에 최종 타결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