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5세대 지도부의 부담

입력 2011-11-08 17:39


중국에서는 고대로부터 “재상은 주부(州部)에서 나온다”는 말을 중시했다. 주부란 고대의 지방 행정조직을 말한다. 지방에서 힘들게 단련한 경험이 없으면 큰일을 맡기 어렵다는 뜻이다. 현 지도부 인사들도 지방에서 능력과 업적을 쌓은 뒤 중앙으로 진출했다는 점에서는 예외가 없다.

중국공산당은 내년 10월 당 대회에서 이뤄질 권력 재편을 앞두고 지금 한창 인적교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올 연말까지는 성(省) 시(市) 현(縣) 향(鄕) 네 개 행정단위의 공산당위원회(당위) 대표를 뽑는 선거가 마무리될 예정이다. 선거라고는 하지만 ‘당 중앙’이라고 부르는 지도부의 의견이 거의 그대로 반영된다.

지금까지 바뀐 성급 당위의 서기와 상무위원을 보면 박사, 석사학위 소지자가 상당수다. 전공은 경제 경영 문학 철학 등 문과 계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금까지 ‘공정사치국(工程師治國)’이라고 불릴 만큼 기술자들이 두각을 나타냈던 상황과는 많이 바뀌었다. 나이도 젊어져 1960년 이후 출생자가 대폭 늘어났다.

테크노크라트들이 미래를 위해 지방에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시나 현 등 더 낮은 곳에서 일해보지도 않고 곧바로 성급 단위에서 자리 잡은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럴 경우 행정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는 공산주의청년단 출신들이 단번에 지방 고위직을 맡아 일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 때문에 주로 대두된다.

이들은 내년에 구성될 ‘5세대 지도부’를 떠받치게 될 중추이자 오는 2022년부터 ‘6세대 지도부’에서 전면에 나설 사람들이다. 그런 점에서 지방 당위 개편은 지도부의 교체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경제 성장과 함께 나타나는 복잡다기한 현상이 사회 문제로 비화되기 전에 대비책을 내놓는 일은 일차적으로 지방 당위와 정부의 책임이다. 지난달 하순 저장성 후저우(湖州)시 즈리(織里)진에서 발생한 납세 거부 폭동은 지방 정부의 잘못된 행정이 해당 지역을 대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지방 행정이 잘 이뤄지느냐, 그렇지 못 하느냐는 당 중앙이 지방 행정단위의 당 서기나 지방 정부의 장을 ‘선택’하는 행위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절차가 내년에 구성될 새 지도부가 아닌 현 지도부에 의해 진행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물러갈 영도자들이 공청단, 태자당, 상하이방 간 막후 조율 과정에서 계파별로 안배를 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5세대 지도부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칭화대 사회학과 쑨리핑(孫立平) 교수에 따르면 중국에서 지난해 발생한 집단 소요사태는 18만 건에 달했다. 10년 전보다 무려 4배 이상 늘었다. 토지, 환경, 근로조건 등을 둘러싼 집단 시위는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빈부격차와 부패, 소수민족 문제 세 가지는 자칫 체제를 흔들 수도 있는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우선 빈부격차 해결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중국 부자들 중 절반가량은 성장 위주에서 분배 중심으로 기본 정책이 바뀔 것으로 보이자 중국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는 중국의 미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더욱이 뿌리 깊은 부패는 빈곤 계층의 관리들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소수민족 문제는 지속적인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중국이 지금의 경제력이라면 내외부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하지만 5세대 지도부 앞에 가로놓인 난제들은 간단치 않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