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당히 절충한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입력 2011-11-08 17:44

새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이 발표됐다. 일단 대한민국이 지향하는 기본 원칙인 자유민주주의를 모호한 ‘민주주의’로 대체하지 않았고, 대한민국이 유엔의 승인을 받은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표현을 살리기로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 이전 정권들의 독재를 새롭게 명기한 것도 그것이 사실인 만큼 원칙적으로 문제는 없다. 그러나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 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문제를 놓고 대한민국을 폄훼하고 북한을 비호하는 이른바 진보 학계의 주장 가운데 일부는 수용하고 일부는 거부하는 식으로 마치 흥정하듯 적당히 ‘절충’하는 게 옳은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우선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라는 표현을 살리기로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대한민국을 태생적 불법집단인 북한과 동렬로 끌어내려 북한의 지위를 격상시키려는 친북 세력의 의도는 가당치 않다. 나중에 북한이 유엔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출발은 불법집단이었음을, 바로 그래서 6·25 때 유엔군이 파견됐음을 분명히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자유민주주의를 북한의 인민민주주의도 포괄할 수 있는 민주주의로 대체하지 않는 대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용어와 병용키로 한 것은 다소 아쉽다. 물론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헌법에 나와 있는 표현이다. 그러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자유민주주의는 해석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자 원칙이라면 굳이 병용할 이유가 없다.

또 ‘자유민주주의가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로 시련을 겪기도 하였으나’라고 해서 전 정권들의 독재를 새로 명기한 것도 그렇다. 독재가 역사적 사실이었던 만큼 원칙적으로 문제는 없다 해도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가 북한의 간단없는 도발 등 안보 위협에 의해서도 시련을 겪어야 했음이 동시에 명기돼야 옳은 것 아닌가? 차제에 국사학계의 일부가 마치 대한민국과는 별개의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면서 학문적 객관성 혹은 엄밀성을 핑계로 반대한민국·친북한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