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이규영] 南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와 유로존
입력 2011-11-08 17:40
유럽 남부에 위치한 국가들이 심각한 재정 및 부채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 유럽연합 27개국의 평균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6.4%인데 비해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각각 -10.5%, -4.6%, -9.2%, -9.1%를 상회한다.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다른 국가들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통합을 선도하는 국가들은 이 문제 해결에 연일 골몰하고 있다.
재정적자 갈수록 악화돼
남유럽 국가들은 1981년과 86년 유럽연합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당시 이들의 가입은 해당 국가가 지닌 경제적 능력에 대한 고려보다 정치적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따라서 남유럽의 위기는 경제 규모나 수준이 상이한 국가들이 단일 통화체제라는 구조 속에서 제기되는 문제로 분석된다.
유로존 와해되지는 않을듯
남유럽의 재정 및 부채위기가 유럽 통합의 상징인 유로존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첫째로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유로존 확대 문제가 지체될 전망이다. 1999년 도입 당시 유로라는 공동 화폐는 역내 환전비용과 외환보유액 관리 등 각종 환위험 관리비용이 줄어든 장점을 가졌다. 역내 인플레이션의 안정과 금리 인상이 불필요해지면서 투자와 고용이 촉진됐다. 그러나 남유럽 국가의 경우 자국의 기초적 경제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과다한 채무와 거품경제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괴리로 이어지고, 역내에 경제적 역량과 성장 능력이 다른 국가 간 화폐 통합은 향후 지속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둘째로 2007년까지 6차에 걸쳐 회원국이 27개국으로 증가했으나 공동 화폐의 경우 현재 17개국만 사용하고 있다. 영국 덴마크 스웨덴 등 핵심 3개국 외에도 신흥 헝가리 체코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7개국은 아직 사용하지 않는다. 핵심 3개국은 자국 내에서 유로화 사용을 강력 반대하고 있으며, 나머지 7개국은 유로화 사용을 유럽연합 가입 조건으로 하였지만 유로존 편입을 최대한 늦추려 한다. 유로존에 가입함으로써 인위적인 통화가치 상승은 결국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재정위기의 위험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어려운 경제적 여건에도 유로화 사용에 따른 재정적자 축소라는 부대조건을 완수해야 한다.
셋째로 그럼에도 유로존의 확대 부진이 유로존 와해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남유럽 국가들이 극단적 경우에 탈퇴를 고려하더라도 기존 채무를 여전히 자국 통화로 변제해야 한다.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는 자국 경제를 최소 30년 전으로 후퇴시키기 때문에 탈퇴가 쉽지 않다. 반면 유럽 통합의 선도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마르크화와 프랑이라는 통화주권을 포기하는 대신 안정적 통화 관리와 절상 조치로 대외 무역을 자국에 유리하게 이끌어 왔다. 이처럼 경제 규모와 수준이 상이한 다수 국가들이 유로라는 단일 통화체제 하에 공존하는 구조적 한계가 노정되고 있다. 따라서 유럽연합은 역동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우선 단기적 처방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넷째로 유로존의 성공 여부는 역내에 존재하는 이질적 특성을 극복하는 것에 달려 있다. 남유럽과 북유럽 국가들 사이에 소비성향이 확연히 다르고, 심지어 ‘문화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검소하고, 저축률이 높고, 따라서 물가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반면 남유럽 국가들의 경우 저축률이 낮고, 과소비가 공통적이며 흥청망청하는 일반적 경향을 보이는 까닭이다.
이규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