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옥한흠 목사의 흔적이 남아있는 제자훈련 세미나

입력 2011-11-08 16:29


[미션라이프] 경기도 안성의 사랑의교회 수양관내에는 지난해 9월2일 소천한 고 옥한흠 목사의 묘지가 있다. 지난 3일 안성수양관내 묘역에서 옥 목사의 미망인인 김영순 사모를 만났다. 옥 목사와 함께 젊음을 보낸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김명호 목사가 동행했다. 김 사모는 묘소 주변의 풀을 뽑고 있었다. 옥 목사 소천이후 안성수양관에 머물고 있는 김 사모는 매일 두 차례씩 묘지에 나온다고 한다.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옥 목사에 대한 언급을 하자마자 눈시울을 붉혔다. 이윽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흑흑’ 울었다. 너무나 고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살아 계실 때 그분께 너무 불평했어요. ‘미쳤다’고요.” 김 사모의 “미쳤다”는 한 마디가 가슴에 남았다. 그는 가족을 제대로 돌보지 않을 만큼 무엇에 미쳤을까?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일, 특별히 제자훈련에 미쳤을 것이다.

안성수양관에서는 지난 달 31일부터 4일까지 국제제자훈련원(원장 오정현 목사)이 주관하는 제90기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CAL 세미나)가 열렸다. 이번 세미나에는 13개국 338개 교회에서 총 411명이 참석했다. 이들 중 49명은 영국과 호주,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서 참석한 목회자다. 참석자들은 강의, 현장 참관, 실습의 과정으로 꽉 짜여진 일정을 소화했다. 이들은 사랑의교회내 순장반, 제자훈련반, 다락방 등을 직접 체험했다.

세미나에선 오정현 목사가 주강사로 나서 교회론과 제자도 등을 주제로 강의했다. 옥 목사의 영상설교를 듣는 순서도 있었다. 최홍준 호산나교회 원로목사, 박정근 영안침례교회 목사, 김명호 목사, 강명옥 전도사 등 옥 목사의 영향을 받은 제자들도 강의했다.

옥 목사는 지난 1986년 CAL(Called to Awaken the Laity) 세미나를 처음 시작했다. 당시 ‘평신도를 깨운다’는 모토는 신선했고, 위험했다. 그러나 지금 이 말은 보편화됐다. 아니, 평신도란 단어 자체를 없애고 ‘성도’란 용어를 써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지금까지 1만9543명의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이 세미나에 참석했다. 온라인으로 등록을 받는 세미나는 등록 절차 시작 후 10분 내에 접수가 마감된다. 국내 기독교계에 이같이 폭발적 인기를 얻는 세미나는 없다.

참석자들이 세미나에서 배우는 것은 방법론이 아니다. 정신이다. 고인의 트레이드마크인 ‘광인론’(狂人論)에 대한 강의를 들을 때마다 다짐한다. “그래, 목회에 미쳐야지. 주님의 복음에 미쳐야지….”

옥 목사는 떠났지만 제자훈련에 대한 그의 정신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2005년 이후 26개국 303명의 타문화권 현지인 지도자들이 세미나에 직접 참석했다. 그 가운데에는 세계적 선교단체인 SIM선교회의 말콤 맥그리거 총재, 인터서브 대표 폴 벤더 등 기라성 같은 기독교지도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한결같이 “제자훈련 사역이야말로 세계의 기독교를 부흥시킬 귀중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번 세미나 기간동안 외국인 참가자들은 오정현 목사에게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 참석자 가운데는 조지 코버 영국 트리니티신학교 총장과 켄 굿 아일랜드 성공회 주교, 하인리히 데르크센 독일바이블세미나 대표 등도 있었다. 코버 총장은 “제자훈련 세미나로 잠자고 있는 영국 교회를 깨우고 싶다”면서 한국교회에 한 수 배우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켄 굿 주교는 “옥 목사의 ‘광인 정신’이 특히 감명 깊었다”면서 ‘주님의 목회’에 대한 자세를 다시 한번 되새겼다고 언급했다. 옥 목사의 저서 ‘평신도를 깨운다’ 독일어판 발행에 관여한 하인리히 대표는 “고인은 참으로 위대한 주님의 종이었다”면서 “독일 교회에 그의 정신이 깃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오 목사는 “옥 목사님이 이 땅을 떠난 이후 너무나 허전한 마음이 지속됐다”면서 “그러나 이같이 국내외에 제자훈련의 정신이 펼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고인을 이 땅에 보내신 하나님의 뜻에 감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 목사는 “앞으로 중국 교회를 비롯해 보다 많은 나라에 제자훈련 정신이 펼쳐질 수 있도록 교회적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옥 목사님의 제자훈련 철학에 깊은 뿌리를 둔 부흥운동이야말로 지금 한국교회에 절실한 영적 운동”이라면서 “우리 모두 주님의 복음에 ‘미쳐’ 이 땅에 푸르디푸른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는 주역이 되자”고 강조했다. 안성=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