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진 외딴섬… CJ 관광단지 추진에 인심좋던 섬주민 반목

입력 2011-11-08 23:02

굴업도에는 멸종위기종만 풍부한 게 아니라 사철 먹을 것도 풍족한 편이다. 수심이 얕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커 어패류와 꽃게 등 먹을 거리를 확보하기가 쉽다. 게다가 토끼섬 쪽의 깊은 바다에서는 대구 등 심해성 어종까지 잡힌다,

기자 일행이 묵은 굴업도 민박을 운영하는 전이장 서인수씨는 끼니마다 다른 어종, 대구, 우럭, 아귀 등을 내놨다. 서씨는 “처남인 지금 이장과 굴업도 개발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갈려 주민들간 반목이 생겼다는 게 슬프다”면서 “아름답고 풍요로운 이 섬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텃밭 가꾸고 낚시도 하고 겨울에는 흑염소 잡으면서 열심히 일하는 만큼 연간 1억원의 소득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CJ 그룹은 서씨의 민박집 터를 포함한 굴업도 땅 98%를 이미 매입했다. 그들의 생각대로 섬이 관광단지로 개발되면 서씨를 비롯한 굴업리 16가구 주민들은 섬에서 쫓겨나거나 리조트의 종업원이 될 것이다. 서씨는 “굴업도 관광성수기인 7∼8월중 맑은 날은 1주일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안개가 자주 낀다”면서 “배가 안 뜨는 날이 많으므로 골프장으로서는 상업성이 없다”고 말했다. 골프 관광객이 예정대로 일터에 돌아갈 수 없다면 부킹을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경단체와 주민들은 CJ가 자체 레저 수요와 요인들에 대한 로비용으로 섬을 개발하려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CJ그룹 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주)은 2006년 발표했던 계획보다 규모를 줄인 골프장과 콘도 등 복합 리조트를 만드는 내용의 ‘오션파크 관광단지 지정 신청서’를 지난달 31일 옹진군에 제출했다고 최근 밝혔다. CJ측이 다시 제출한 신청서에 따르면 굴업도 관광단지 면적은 120만1590㎡로 당초 172만㎡에서 30%가량 개발 면적을 줄였다. 특히 골프장 규모를 줄여 당초 계획된 14홀을 포기하고 9홀짜리 정규 골프장과 파3(9홀)를 혼합해 짓기로 했다.

골프장 규모를 줄이거나 말거나 개머리초지는 사라진다. 초지에 기대어 사는 곤충, 꽃사슴, 흑염소 등 먹이사슬도 붕괴될 것이다. 게다가 관광호텔과 콘도 등의 숙박시설은 270실 규모로 기존안과 변함이 없다. 호텔과 콘도도 골프장 못지 않게 섬을 오염시킬 게 뻔하다. 굴업도를 지키는 시민단체 연석회의는 “관광단지의 과도한 시설에 따른 지하수 고갈 우려가 가장 심각하다”면서 “하루 2000t 이상의 물이 필요해 굴업도는 황무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이 그다지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냥 보기에도 개발보다는 보전이익이 더 큰 게 분명하다. 굴업도 연석회의는 “덕적군도를 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 이미 인구가 많은 덕적도를 개발하되 보전가치가 높은 굴업도와 대이작도 등은 해상택시 관광, 야영과 걷기 등 체험 관광 위주로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녹색회 이승기 실장은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굴업도, 장봉도, 대이작도 등의 천연기념물 혹은 천연기념물 지정예정 지질자원을 묶어 지질공원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의 한 활동가는 “멸종위기종이 5종이나 상주하는 작은 섬에 골프장 건설이 허용된다면 환경부는 그날로 간판을 내려야 한다”고 잘라말했다.

굴업도=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