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어선 불법조업에 홍어잡이 어민들 울상

입력 2011-11-07 19:07

전남 신안군 흑산도 홍어 잡이 어민들이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에 울상이다. 찬바람이 불면서 본격 적인 조업철이 시작됐으나 중국어선이 떼 지어 우리 영해를 침범해 어구를 통째로 걷어가거나 어장을 점거해 조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형편이다.

7일 신안군수협 흑산지점에 따르면 우리 경비정들이 중국어선 1∼2척을 단속해 끌고 가는 사이에 다른 중국어선들이 무더기로 몰려와 불법조업을 한다. 중국 저인망 어선들은 바다 밑까지 샅샅이 긁다가 홍어 주낙이 걸리면 통째로 가져가거나 어구를 망가뜨리고 있다.

이로 인해 흑산 해역을 중심으로 홍어 잡이 어선 7척 대부분이 최근 척당 홍어 주낙 200∼300바퀴(길이 400m 바퀴당 6만원)를 잃어버렸다. 올해는 피해가 지난해보다 더 심각하다고 어민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실제로 흑산 선적 21t급 101대광호 선장 최용화(48)씨는 지난 2일 바다에 설치한 주낙 230바퀴를 잃어버렸다. 최씨는 우리 영해를 침범해 조업을 한 중국어선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홍어가 걸린 값비싼 어구를 훔쳐가는 것도 모자라 홍어가 잘 잡히는 해역을 점거한 채 떼로 불법조업을 해 어장에 감히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출어를 할수록 손해가 심해 조업을 포기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씨는 지난 7월 15일 홍어 금어기가 풀린 이후 4개월여 동안 홍어를 고작 300마리 잡는 데 그쳤다. 이는 예년의 10% 수준이라는 것이다. 홍어가 넘쳐나던 신안군수협 흑산지점 위판장에도 지난 2일 27마리, 3일 1마리, 4일 40마리 정도가 위판됐을 뿐이다.

어획량 부족으로 홍어 값은 껑충 뛰었다. 8㎏ 이상 한 마리가 70만∼80만원선으로 지난해 30만∼50만원보다 2배 가까이 비싸다.

흑산지점 직원 김병철(32)씨는 “중국어선들의 불법조업 실상을 촬영해 외부에 알리려고 최근 캠코더 3대를 구입했다”며 “잦은 어구 사고로 홍어를 못 잡은 어민들이 대출금 상환에도 어려움을 겪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어민들과 수협 측은 해경이 영해를 침범하는 중국어선들에 대한 단속을 더욱 철저히, 효과적으로 해 줄 것을 간절히 바라는 실정이다.

신안=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