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내가 더 강하다” 배구판 ‘용병 삼국지’… 득점 1∼3위 V리그 우승은 그들 하기 나름

입력 2011-11-07 21:21

2009∼2010 시즌에 가빈(25·캐나다·2m7)이 오기 전까지 프로배구 최고의 용병은 안젤코(28·보스니아·2m)였다. 그는 가빈보다 앞선 두 시즌 삼성화재에서 뛰면서 팀을 두 차례 모두 정상에 올려놓았다. 가빈은 지난 2년간 삼성화재를 두 차례나 정상에 올려놓고 3시즌 연속 뛰고 있다. 프로배구 남자부는 가빈을 넘지 않고서는 절대 우승할 수 없다는 게 중론이 돼 버렸다. 최고 타점이 3m75에 달하는 가빈의 고공 타점은 3m50에 불과한 타 팀 블로킹을 농락하기 일쑤였다. 지난해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대한항공도 결국 가빈 하나를 막지 못해 챔피언결정전에서 4연패의 수모를 당했다. 따라서 올 시즌을 앞두고 각 팀은 가빈을 이길 수 있는 용병 구하기에 혈안이 됐었다.

대한항공은 고심 끝에 슬로바키아 대표 출신 마틴(27)을 데려왔다. 최고 무대인 이탈리아 리그에서 뛰었던 마틴은 2m의 신장에 화끈한 공격력이 일품이다. 전력이 급상승한 KEPCO는 3년 전 국내무대를 평정한 안젤코를 데려왔다. 일본에 진출했지만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한 안젤코로서는 최고의 대접을 받았던 한국 무대가 그리웠다고 한다. 삼성화재의 라이벌인 현대캐피탈은 가빈의 캐나다 국가대표 선배인 수니아스(27·2m3)를 불러왔다. 누구보다 가빈을 잘 알기에 그로부터 가빈의 꺾을 비책을 알아내겠다는 속셈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가빈-마틴-안젤코로 이어지는 ‘용병 삼국지’는 형성됐다. 이들은 7일 현재 득점 랭킹 1∼3위에 올라있다.

이들의 첫 만남은 지난 달 23일 마틴과 안젤코의 대결이었다. 마틴이 40점을 기록하며 36점에 그친 안젤코에 앞섰고 경기는 마틴의 대한항공이 3대 2로 이겼다. 두 번째 대결은 6일 열린 마틴과 가빈의 대결이었다. 39점에 그친 가빈은 마틴(44점)에게 개인성적은 뒤졌지만 결정력에서 앞서 삼성화재의 3대 2 승리를 이끌었다. 이들의 3번째 대결은 오는 12일 삼성화재-KEPCO의 수원경기에서 가빈과 안젤코가 맞불을 놓는다. 삼성화재를 정상에 이끌었던 신·구 용병이 대결하는 이 경기에서 안젤코가 이긴다면 용병 3인간에 펼치는 삼국지는 2라운드에서 더욱 흥미진진할 것으로 보인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