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양육 악전고투 생활고에 한숨만… 이혼↑독신↑ 4가구 중 1가구 ‘여성家長’
입력 2011-11-07 22:11
김선영(가명·30·여)씨는 2009년 출산한 아들과 함께 서울 구로구의 한 모자보호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사귀던 남성의 계속된 거짓말로 결혼이 무산되자 홀로 아기를 낳아 키우고 있다. 친정집도 김씨 모자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독립생활을 택했다. 김씨는 아르바이트와 월 30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하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김씨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집이다. 현재 생활하고 있는 시설에서는 3년 동안만 살 수 있다. 또 아기를 봐줄 사람이 없어 직장생활을 꿈꾸기도 힘들다. 김씨는 7일 “하루하루를 그저 살아갈 뿐 미래를 위한 준비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의 한 대형 은행에서 간부로 근무하는 박모(43·여)씨는 직장생활 때문에 결혼을 미루다 혼기를 놓친 이른바 ‘골드미스’다. 박씨는 결혼 생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억대에 가까운 높은 연봉에 자신만의 생활방식이 굳어진 터라 마음에 맞는 남성을 만나는 것이 힘들다. 박씨는 “점점 ‘이 남자다’ 싶은 남성을 만날 기회가 줄어든다”며 “지금처럼 일하면서 확실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다면 계속 혼자 사는 것이 차라리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김씨나 박씨와 같은 여성 가구주 비율은 25.9%를 기록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5년 이후 처음으로 전체 가정 4곳 중 1곳의 가구주가 여성인 셈이다. 여성이 가구주인 가정 수는 1975년 85만 가구에서 지난해 449만7000가구로 5.3배 늘었다.
이혼과 미혼모·독신 여성 가구주의 급증이 여성 가구주 증가의 원인이다. 같은 기간 이혼여성 가구주는 3만6000여 가구에서 71만9000여 가구로, 미혼여성 가구주는 10만여 가구에서 100만여 가구로 증가해 각각 19.6배, 9.9배 늘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혼가구주와 미혼가구주의 지속적 증가에 따라 여성 가구주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사별로 인한 여성 가구주는 오히려 줄었다.
전문가들은 여성이 가장인 가정의 경우 남성 가구주 가정보다 상대적으로 가구빈곤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높고 빈곤계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많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여성 가구주의 월평균 소득은 184만8000원으로 남성 가구주(344만2000원)의 절반(53.7%)에 불과했다.
김혜영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미혼모나 이혼 여성의 경우 사실상 서비스업종 외에는 취직하기 힘들다”며 “여성 가장들이 제대로 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맞춤형 공보육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형숙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기획팀장은 “SH공사의 임대주택 입주 기준도 부양가족 수 등 일률적 기준에 따를 것이 아니라 미혼 출산이나 황혼이혼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맞춰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