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꺼낸 ‘홍준표 쇄신안’… 최고委 보고하기도 전에 친박·소장파서 제동

입력 2011-11-08 00:40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의 당 쇄신안이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며 난관에 봉착했다. 당내 계파간, 세력간 갈등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진정성이 의심 받으면서 홍 대표의 리더십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홍 대표는 당초 최고위원회의에서 중앙당사 폐지, 슈퍼스타 K식의 정치신인 영입, 비례대표 50% 국민참여경선 방식 선출 등을 1차 쇄신안으로 보고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 시작과 동시에 친박근혜계 유승민 최고위원으로부터 “그 정도 쇄신안을 갖고 과연 국민이 한나라당이 변한다고 인정해주겠느냐”는 비판을 받았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처절한 자기반성과 희생, 자기변화 프로그램이 제시돼야 한다”며 “당 대표부터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약속과 실천 없이는 이벤트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질타했다. 남경필 최고위원 역시 “과거 잘못에 대한 제대로 된 분석과 해법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홍 대표는 “실무자와 의원들이 백가쟁명식으로 말한 것에 불과하며 내 생각이 아니다”고 해명한 뒤 함구했다. 김기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이후 원내외 인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쇄신 연찬회 토론을 거쳐 최고위에서 결정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오전 회의에서 쇄신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은 것은 당이 FTA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봤기 때문”이라며 “9일 의총을 소집해 의원들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홍 대표 측은 한·미 FTA 처리의 시급함을 들어 ‘선(先) FTA 비준동의안 처리, 후(後) 쇄신 논의’란 명분을 앞세웠지만 결국 홍 대표 리더십의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홍 대표 재신임 쪽에 무게를 뒀던 친박계에서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친박계 중진 의원은 “선거 패배 직후 설화(舌禍)에 이어 쇄신 논의도 제대로 풀지 못하면서 ‘홍 대표 체제로 되겠느냐’는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다시 박근혜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서야 한다거나 비상대책위원회를 외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해 공천 개혁 등을 과감히 맡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지역 초선 권영진 의원은 “저부터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며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직과 서울 노원을 당원협의회 위원장직을 전격 사퇴했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을 요구한 ‘연판장 서명파 25인’에 포함되지 않은 권 의원이 기득권을 포기하며 혁신운동을 주창함에 따라 향후 쇄신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나래 유동근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