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도·공동체·평화’의 신앙 유산 되새기자… 한국아나뱁티스트 10주년 예배
입력 2011-11-07 18:02
“제자도는 크리스천 개인의 존재 이유이며 공동체는 우리의 존재 방식입니다. 평화는 그들(제3자)과의 공존 방식이 돼야 합니다.”
‘제자도, 공동체, 평화’. 16세기 개혁분파였던 아나뱁티스트(재세례파)의 유산이자 핵심가치다. 최근 한국교회 안에 이들의 영적 유산을 배우자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한국아나뱁티스트센터(KAC)가 지난 5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감사예배를 드리고 예수님을 닮는 삶을 살아갈 것을 재확인했다. 이날 예배에서는 종교개혁 시대 때 등장했던 ‘두 번 아멘’도 시연됐다. 설교자가 “예수만이 신앙의 중심입니다” 하고 선창하면 회중들은 “아멘 아멘” 연속 화답하며 자신의 신앙을 분명히 드러냈다.
아나뱁티스트는 종교개혁 시대에 출현했던 개혁적 분파다. 형식에만 그쳤던 유아세례를 거부하고 세례는 개인의 철저한 신앙고백에 근거해 시행돼야 한다고 믿었다. 마르틴 루터 등이 지향했던 정교일치를 비판하고 철저한 정교분리 원칙을 주장했다. 반대파들은 이들을 유아세례에 이어 또 한번의 세례를 받는다는 뜻에서 ‘아나뱁티스트(Anabaptist)’라고 명명했다.
지난해 7월 루터교세계연맹은 제11회 총회에서 16세기 당시 루터교가 아나뱁티스트를 박해했던 일에 대해 깊은 용서와 회개를 선포하면서 500년간 이어진 오해와 앙금을 풀었다. KAC는 평화 프로그램 등을 운용하며 ‘회복적 정의’ 등 갈등 조정 전문가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이날 메시지를 전한 춘천 예수촌교회 안동규(한림대) 교수는 “제자도는 예수를 따르고 믿는 것보다 ‘닮는 것’에 기초하고, 공동체는 믿는 자들의 ‘하나 됨(unity)’이 핵심”이라며 “평화는 손상되지 않은 공동체의 상태이자 제3자와의 관계 방식”이라고 역설했다. 안 교수는 “제도적 교회가 기계적, 대표적, 조직적인 것이 특징이라면 성경적 교회 공동체는 유기적, 참여적, 관계적”이라며 “예수 그리스도의 터 위에 신앙의 기초를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시지는 고린도전서 3장 11절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본문은 재세례파의 모토가 되는 말씀으로 “이 닦아 둔 것 외에 능히 다른 터를 닦아둘 자가 없으니 이 터는 곧 예수 그리스도라”이다. 예배에서는 콘스탄티누스 대제 이후 등장했던 ‘크리스텐돔(기독교 제국) 기독교’가 아닌 크리스텐돔 이전의 초대교회 신앙으로 돌아가자는 언급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예배 이후 교제의 자리에서도 예수 그리스도만이 신앙의 토대가 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고신대 이상규(교회사) 교수는 “아나뱁티스트 전통은 현실 타협, 성공 지향, 대형화 추구로 인해 본질을 잃어가는 교회를 향해 커다란 도전이 된다”면서 “제자도와 평화주의, 산상수훈 중시 등은 한국교회가 회복해야 할 참된 가치”라고 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