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중복] 구제역 전쟁,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입력 2011-11-07 18:09
정부는 10월초부터 구제역·조류인플루엔자 ‘주의’ 단계 발령과 동시에 상황실을 설치 운영하면서 올해 초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창궐했던 악몽의 재연을 막고자 초동대응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전국 단위의 백신접종으로 현재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지 않은데도 정부가 긴장하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정기적인 예찰과정에서 구제역 야외 바이러스의 비구조단백질(Non-Structural Protein; NSP)에 대한 항체가 형성된 축산농가가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고, 중국 등 주변국에서 구제역 발생이 지속되고 있어 올 겨울에도 재발가능성은 잠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구제역을 먼저 겪은 대만의 경우 1999년 이후 발생이 없다가 2009년에 다시 발생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에서도 1950년대에 구제역 창궐 이후 40여년간의 백신정책으로 구제역을 제어하다가 2001년에 영국과 네덜란드에서 대규모 발생을 경험하였다.
정부의 백신접종 혈청 모니터링에서 구제역 야외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발견되고 있는 것은 축사에서 바이러스가 순환하고 있으며, 아직도 일부 농가의 차단방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부 농가에서 산유량 저하 및 유·사산 등 백신접종 스트레스를 이유로 백신 접종을 기피하고 있는 것은 구제역에 대한 긴장감이 풀어져 도덕적 해이로 이어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구제역 백신은 감염된 가축에 대한 치료제가 아니라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해서 발병을 완화시키고, 이미 감염된 소·돼지의 바이러스 배설량을 감소시켜 전파를 막아주는 예방약이다. 그러나 구제역 예방접종 후에도 약 14일 후 항체가 형성되기 전에 구제역 바이러스가 침입하게 되면 구제역이 발생할 수 있다. 백신접종 후에 다량의 바이러스가 침입할 경우 감염 자체를 막아주지는 못 한다.
또 예방접종된 개체가 면역을 획득하기 전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나 재감염이 일어나 보균동물(carrier)이 되어 지속적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게 된다. 백신 접종개체가 장기간 전염원으로 작용하는 문제점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동제한과 살처분 방법으로 이 병을 근절시키는 것을 방역의 기본 정책으로 채택하고 있다.
우리는 과거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정부의 방역대책만으로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 한다는 것을 이미 비싼 수업료를 내고 몇 차례나 경험했다. 구제역 방역 프로그램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및 축산단체·농가 모두 합심하여 적극적으로 대처하여야 한다. 매사진선(每事盡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라)의 각오로 구제역 확산 차단을 위해 민·관이 합동하여 총체적으로 노력해야 구제역을 종식시킬 수 있다. 아직 구제역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이중복 건국대 교수 수의과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