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걱정은 되는데… 내시경은 불편하다고요? 대변검사라도 받으세요!
입력 2011-11-07 17:26
대장암은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늘어난 암이다. 의학계는 앞으로도 최소 20년간 이 증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본다.
그만큼 대장암이 현대 한국인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장암은 별다른 증상 없이 조용히 찾아오기에 자칫 방심하다 놓치기 쉽고, 이상을 느낄 무렵에는 이미 상당히 진전된 경우가 많아 평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가 소홀히 해온 분변잠혈반응검사(대변검사)가 대장암 예방을 위한 선별검사로 매우 유용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장항문 전문 양병원(원장 양형규)은 2009∼2010년 건강검진을 받은 50세 이상 성인 1만3633명 중 분변잠혈반응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것으로 나와 대장내시경검사까지 받은 16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장암으로 최종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이 약 3%(49명)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지금까지 암 선별능력(민감도)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업신여긴 경향이 없지 않았던 분변잠혈반응검사가 대장암을 조기 발견하는 데 1차 스크리닝 검사로서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이어서 주목된다.
양형규 원장은 “대장암을 조기 발견하는 데 대장내시경만큼 확실한 방법이 없긴 하지만 검사 상 불편함을 이유로 정기검진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검진이 간단하고 추가 비용 부담도 없는 분변잠혈반응검사가 대장암 1차 선별검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50세 이상 성인의 경우 국가 5대 암 검진 사업의 일환으로 분변잠혈반응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5대 암 검진 사업은 만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자궁암 유방암 간암 위암 대장암 등에 대한 무료검진을 2년마다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분변잠혈반응검사는 변 속에 맨 눈으로 확인되지 않는 핏빛이 어려 있는지 여부를 살피는 검사다. 장을 다 비우고 내시경을 항문에 삽입해 장 속을 살펴보는 대장내시경검사와 달리 소량의 대변만 채취해 시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아주 간편하다. 장 속에 암이 있을 경우 출혈을 일으키기 때문에 변에 마치 선지와 같이 죽은피가 섞여 나오게 된다.
그러나 분변잠혈반응검사는 위양성률(이상이 없는데 이상이 있다고 나오는 비율)이 높아서 매년 시행하지 않으면 정확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해마다 거르지 않고 정기적으로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
이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될 경우 치핵이나 항문열상, 소화성궤양 또는 암종일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잠혈(눈에 띄지 않는 극미량의 피)이 검출되면 정확한 원인을 가리기 위해 보충검사로 대장내시경검사가 필요하다.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등의 소화성 궤양은 50∼70%, 암종은 80∼90%에서 분변잠혈반응검사 시 양성반응을 나타낸다. 결국 변 속에 죽은피가 섞여 있는 것으로 판정되면 위장 대장 직장 항문으로 이어지는 소화기계통의 어딘가에 출혈을 일으키는 병이 생겼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대장암은 갑자기 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변을 보는 횟수가 변하는 등 배변습관에 변화가 있거나 설사 또는 변비를 번갈아 하는 경우, 혈변 또는 점액질이 섞인 변이 나올 경우, 예전보다 변이 가늘거나 복통, 빈혈, 체중감소, 근력 감소 증상 등이 동반될 때 의심해 볼 수 있다.
양 원장은 “그러나 발암 초기에는 대부분 아무런 증상이 없으며 암이 발생한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는 경우도 흔하기 때문에 배변의 이상만으로 암이나 다른 장 질환 발생 여부를 속단할 순 없다”며 “건강한 대장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특히 치명적인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장암은 80% 이상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채소와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지방이 많거나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좋지 않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과체중이나 비만을 피하고 과음과 폭음도 삼가야 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