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혼란’] 김효재 서한, 사실상 설득 포기 선언-민주당, 비준반대 여론 상승에 고무

입력 2011-11-07 22:07

당청이 오는 10일 국회 본회의를 ‘2차 디데이(D-day)’로 잡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 강행 처리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야당은 결사 저지 입장이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설득은 끝났다”=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7일 168명 한나라당 의원 전원에게 보낸 서한은 반대진영에 대한 ‘설득포기’ 선언으로 읽힐 만큼 격했다. 김 수석은 “지난 주말 FTA 반대시위에서 나온 말들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또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을 겨냥해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정 최고위원 스스로도 (FTA 반대집회에서 한 말이) 그가 찾던 진실이 아님을 잘 알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수석의 메시지는 “이제 협상은 어려우니 한나라당 단독으로라도 꼭 처리하자”는 주문이다. 청와대가 이처럼 강경하게 나선 배경에는 여권 내부의 어수선한 ‘쇄신’ 분위기와 심상치 않은 여론 움직임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대통령은 이번 주말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미국 측은 한·미 FTA가 내년 1월 발효되길 원하고 있다. 비준이 완료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과의 APEC 회동을 가지려는 뜻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내에서 ‘12월 예산안 동반 처리설’까지 나오는 등 내부 동력이 약해지는 신호가 감지되자 이를 추슬러 강경 분위기를 조성했다.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다수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인 남경필 최고위원에게 “비준동의안을 이번 주에 처리하자”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남 최고위원이 8일 외통위 전체회의를 소집해 비준동의안 처리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민주당, “강행 처리 안된다”=지난 5일 실시한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 비준동의안 반대 의견이 상승 추세를 보여 크게 고무된 분위기다. 27.3%의 응답자가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조항을 반대 이유로 꼽았고 ‘강행처리 시 한나라당을 심판하겠다’는 의견이 52.4%나 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진표 원내대표는 “ISD를 폐기하지 않으면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는 호응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영표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한·미 FTA는 너무 중대한 사안이다. 여당이 힘의 논리로 군사작전 하듯이 밀어붙일 일이 결코 아니다”라고 가세했다.

태원준 유성열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