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4.0’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 강연 “中 우려스럽고 日 마비상태… 한국에 새 리더십 기대”

입력 2011-11-07 21:52


‘자본주의 4.0’의 저자 아나톨 칼레츠키(59)는 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한국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가 주최한 기업가정신 국제콘퍼런스에서 “한국은 자본주의 4.0시대에 새로운 리더십이 일어날 수 있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 경제분야 에디터인 칼레츠키는 “기존 자본주의 시스템은 소득불균형, 실업문제 등 부작용을 낳았고 이미 무너졌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리더십은 근본적인 비전보다 작은 문제를 고쳐서 2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시스템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새로운 리더십은 미국, 유럽이 아닌 다른 곳에서 나오게 될 것”이라며 아시아 경제대국인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을 거론했다.

특히 그는 한국을 주목한 이유에 대해 “중국은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우려스럽고, 일본은 지난 30년간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마비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반면 한국은 활력이 넘치며 다양한 논의가 각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어 유용한 아이디어를 많이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칼레츠키는 “한국은 여전히 5%대의 경제성장률을 보이고 있는데 서구사회는 2%에 불과하다”면서 “자본주의가 1.0에서 4.0으로 진화해가는 과정은 한국이 전쟁 후 농업개혁을 하고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일련의 과정과 닮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본주의가 자유방임(1.0)과 정부 주도의 수정 자본주의(2.0), 신자유주의(3.0)를 거쳐 자본주의 4.0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4.0시대는 기업과 정부의 협업을 통해 달성된다고 내다봤다.

특히 칼레츠키는 정부가 작아지지만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각종 복지, 의료, 교육 서비스 등을 국가 대신 민간기업이 맡게 되면서 국가가 소유하는 전체 부는 줄어든다. 하지만 이들이 공정한 프레임 안에서 활동하도록 해 모든 국민에게 공정한 기회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한다는 점에서 역할은 커진다는 것이다.

칼레츠키는 최근 그리스 재정 위기 상황에 대해서 “재앙적인 상황이지만 그리스는 경제규모가 작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반면 이탈리아가 그리스와 같은 상황에 처하면 그 충격은 유로존에서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 나라의 경제가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동반성장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칼레츠키는 “대부분의 고용과 혁신은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반면 리스크가 큰 투자나 장기투자 등은 대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지는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다. 한국이 이를 정립하는 데 성공한다면 다른 나라에 비해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에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우리 기업인들이 부의 세습보다 기업의 영속성을 먼저 생각하고, 임원들에게 과도한 임금을 주기보다는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나눠주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칼 슈람 미국 카우프만재단 이사장은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가”라며 “혁신을 추구하고 사회 전체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기업가의 소명”이라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