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장 과시하는 에버그린밴드… 어려운 이웃 찾아 위로
입력 2011-11-07 19:19
“언제나 마음은 청춘입니다. 희망의 연주를 쉬지 않을 것입니다.”
백발의 노신사들로 구성된 브라스밴드 ‘에버그린밴드’(단장 황병근)가 국내외에서 아름다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밴드는 지난 9년간 338차례의 공연을 하며 그늘진 곳의 사람들에게 위안과 격려의 음악선물을 전해 왔다.
이들의 시작은 2003년. 황병근(78·전 전북도립국악원장)씨 등 전북 전주지역 노인 5명이 만나 여생을 좀 더 뜻있게 보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후 군악대 경험이나 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친 솜씨를 발휘해 밴드를 결성했다.
1주일에 한 번씩 모여 악기를 다룰 때는 신명과 열정이 대학가 젊은이들 못지않았다. 손발이 맞추어지자 어려운 이웃을 찾아나서 무료공연을 시작했다. 소록도와 음성 꽃동네, 소년원, 노인병원 등 전국 곳곳이 무대였다. 2008년엔 법무부 등의 지원을 받아 10여개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신나는 시간을 안겨줬다.
일본 오사카와 교토에서 지난 9월 가진 사흘간의 콘서트에선 감동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한일문화시민교류사업의 하나로 펼쳐진 이 공연에서 단원들은 가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일본말로 부르며 ‘노익장 한류’를 뽐냈고, ‘대지진 피해민 돕기 성금 모금’ 행사도 가져 현지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이들이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는 150여곡으로 어려운 클래식이 아닌 관객들이 쉽게 느낄 수 있는 대중가요와 영화음악 등을 위주로 연주한다.
단원 숫자도 27명이나 된다. 70대 이상이 10명이지만 몇 년 전부터 40∼50대 젊은 피를 수혈해 평균나이가 60대로 젊어졌다. 한국전쟁 때 육군 군악대로 활동한 김용돈(79·전 중학교사)씨는 “악기를 연주하다 보면 젊어지는 것 같고 듣는 사람들도 좋아해줘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황병근 단장은 “연주 경력이 30년 내지 60년인 단원들의 화음엔 경륜과 인생이 묻어 있다”며 “관객들이 함께 춤추며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보면 힘이 나고 우리도 자신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에버그린밴드는 8일 오후 6시 전북예술회관에서 9번째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