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부터 신경써야 아이 시력장애 막는다
입력 2011-11-07 17:29
내 아이가 안경을 쓰고도 앞을 잘 볼 수 없는 시력장애를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면, 그리고 치료시기를 놓치지만 않았더라도 그 장애를 막을 수 있었다면 어떤 심정이 될까? 부모와 아이에게 이 보다 더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바로 ‘약시’와 ‘저시력’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약시는 시력저하가 있으면서 안경교정으로 정상시력이 되지 않고, 시력표에서 두 눈의 시력 차이가 두 줄 이상 벌어지는 경우를 가리킨다. 또 저시력이란 선천성 안질환에 의해 시력이 약해져 평생 동안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굴절이상을 뜻한다.
눈의 날(11월 11일)을 맞아 아이들의 시력 발달에 문제를 일으키는 약시와 저시력에 대해 알아본다.
◇약시, 4세 전후 치료해야 정상시력 회복=어린이 약시는 부등시(양쪽 눈의 시력이 같지 않은 경우)와 사시 때문에 대부분 발생한다. 원인은 부등시 56%, 사시 42%, 기타 2% 비율이다.
문제는 외관상 이상이 눈에 띄는 사시와 달리 부등시는 눈에 띄는 증상이 없고 어린아이와 소통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눈치 채기가 어렵다는 점. 약시 아이들은 잘 보이는 쪽 눈만 자꾸 쓰게 되고, 그로 인해 약한 다른 쪽 눈의 시력은 발달이 그만큼 더디게 된다.
따라서 약시 치료는 약시가 있는 눈을 더 쓰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약시가 없는 눈을 가리는 ‘눈가림 치료’와 좋은 쪽 눈에 조절마비제를 넣거나 안경도수를 조절하여 좋은 눈을 잘 안보이게 하는 ‘처벌치료’가 있다.
가림 치료는 시력이 나쁜 쪽의 눈이 정상인 눈의 시력과 같아질 때까지 하거나 적어도 3∼6개월 이상 가림 치료를 잘 했는데도 시력이 더 이상 개선되지 않을 때까지 지속한다.
약시 치료효과를 높이려면 무엇보다 치료적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대한안과학회가 국내 9개 대학병원에서 약시 치료를 받은 어린이 222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만 4세부터 치료를 시작한 아이들은 완치율이 95%에 달한 반면 만 8세에 치료를 시작한 아이들은 23%만이 정상시력을 되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희대병원 안과 곽형우 교수는 이에 대해 “사람의 시력은 만 8∼9세에 거의 완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시에 의한 약시는 사시 교정수술을 해주면 쉽게 해결된다. 이 역시 조기에 치료해야 시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
◇저시력, 아이 시력장애 유발하는 또 다른 위험=약시는 넓은 의미에서 저시력에 포함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약시가 저시력이라고 할 순 없다. 두 질환은 엄연히 발병 원인이 다른 질환이기 때문이다.
저시력은 선천성 백내장 및 녹내장과 같은 안구 이상 질환에서부터 안구 외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원인에 의해 유발된다. 그러나 어린이의 경우 이중 안구 외상에 의한 저시력을 제외하곤 원인 질환을 제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시력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원인 질환 치료도 계속 병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중앙대병원 안과 문남주 교수는 “안구 손상을 초래하는 사고의 55%는 25세 이하의 연령에서 일어난다”며 “대부분 운동이나 놀이 중 발생하기 때문에 어린이 안구외상 사고만 줄여도 저시력 환자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구 외상 외의 다른 원인에 의한 저시력은 물체를 확대해 보여주는 돋보기와 같은 특수 안경 처방을 통해 해결한다. 역시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특수 돋보기안경을 착용하면 시력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막아 완전 실명을 예방할 수 있고 일상생활의 불편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저시력도 약시와 마찬가지로 가급적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고려대안산병원 안과 김승현 교수는 “일반적으로 시력은 만 3세쯤부터 잴 수 있으므로 이 시기에 안과 검진을 받는다면 약시 등 시력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아이가 만 3∼4세가 되면 일단 안과를 방문해 시력이 정상적으로 발달하고 있는지, 시력장애를 유발하는 안과질환은 없는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