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공열 (2) 치유 은사를 경험하고 병든 이와 나누셨던 아버지
입력 2011-11-06 00:14
내 아버지는 믿음으로 병 고침을 받고 치유은사를 받은 분이다. 나는 아버지께 기도를 받은 사람들이 병이 낫고 인생이 변화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비록 아버지는 집사셨지만 치유은사로 목회자 못지않은 왕성한 사역을 했고 이는 내 신앙과 삶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내가 4살 때였다. 주일날 아버지께서 교회를 가시던 중 말 뒷발에 앞가슴을 차이는 사고를 당했다. 마침 장날이라 짐을 실은 말이 뛰어와 아버지를 찬 것이었다. 말 주인은 병원에 가자고 했지만 아버지는 괜찮다며 일어나 교회에 가셨다.
하지만 1년 뒤 병세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늑막염으로 시작한 병은 폐렴으로, 폐병으로 번져갔다. 몸이 약해지신 아버지는 일을 하지 못했고 집에 누워계시는 날이 많았다. 이 때문에 나는 8살 때부터 어머니를 도와 가정일을 돌보고 일하며 공부했다. 아버지가 일을 못하니 장남으로서 뭔가 해야겠다고 느꼈던 것 같다. 나는 가사는 물론 벼·과일 농사를 지었고 지게로 나뭇짐과 쇠똥 등을 날랐다. 그동안 아버지는 신앙으로 병마와 싸웠다. 성경을 목침삼아 읽고 매일 새벽마다 가정예배를 드렸다. 하지만 쇠약해진 아버지는 때때로 헛것을 보셨다. 이미 약값으로 논도 팔았지만 치료엔 차도가 없어 보였다. 경제적인 것은 자녀에게 의탁하고 아버지 자신은 기도에만 매달리는 모습을 보며 나는 아버지를 원망할 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산 기도를 위해 샘을 파야겠다며 나를 집 뒷산으로 데리고 가셨다. 어린 나조차 어른이 한 삽 퍼낼 정도의 땅을 쉽게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 정도의 일도 못할 만큼 병약하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매일 오후 3시 산에 올라가서 밤새 기도하시다 다음 날 오전 10시쯤 돌아오셨다. 산 기도는 악천후에도 상관없이 3년간 계속됐다. 간절한 기도의 응답이었을까. 아버지의 병세는 호전됐고 거기에 병 고치는 은사까지 받으셨다.
건강이 안 좋았을 때에도 아버지는 동네에서 몸이 안 좋은 사람들에게 약을 나눠 주고 기도해주곤 하셨다. 워낙 시골이라 한두 시간 걸어가야 보건소가 있었기 때문에 상비약을 갖춰놓은 우리 집에 아픈 사람들이 찾아왔던 것이다. 아버지가 치유은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집에 환자들을 데려왔다. 온갖 방법을 다 써도 치유가 안 돼 교회로 가보니 목사님이 아버지를 찾아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아버지가 기도하면 아픈 분들이 낫고 쇠사슬을 끊던 귀신들린 사람도 벌벌 떨었다. 이를 본 사람들은 예수를 믿게 됐고 교회가 없는 마을엔 아버지의 도움으로 교회들이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한 사람이 병 고침을 받자 그 가족 모두가 결신하는 일도 생겼다. 은산 합무내교회 지교회를 세웠을 때, 집에 한 할머니가 찾아왔다. 아들의 딸이 아프니 집에 와서 고쳐 달라고 했다. 한 시간을 걸려 우리 집에 왔다는 그는 아이만 낫는다면 형네 부부와 함께 예수를 믿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약속을 받은 아버지는 그 집에 찾아가 간절히 기도하셨다. 그 다음 날 아이는 나았고 그 청년은 다시 아버지를 찾아왔다. 하나님이 있는 것을 알았으니 성경을 알려 달라는 것이었다. 이 청년은 현 부여동남교회를 담임하는 정하천 목사다. 이후 하나님의 은혜로 그의 가족들도 예수를 믿게 됐고 나중엔 형도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이 사람이 오늘날 대전에서 목회하는 정하둔 목사다. 이처럼 하나님은 아버지의 은사를 이용해 교회를 세우고 사람들을 복음의 길로 인도하셨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