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의 어머니 교회… 서울주교좌교회 설립 120주년
입력 2011-11-06 19:46
대한성공회(의장 김근상 주교)는 6일 서울 정동 서울주교좌교회에서 교회설립 120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열었다. 서울주교좌교회는 초대 고요한 주교가 1890년에 서울 정동에 교회부지를 구입하면서 출발한 교회로 대한성공회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대한성공회는 이듬해인 1891년 서울 정동의 한옥건물을 ‘장림성당’으로 이름 짓고 정기예배를 드려 현재에 이르렀다.
이날 성공회 서울주교좌교회는 기념식에 앞서 순교자 추모비 뜰에서 기념식수 봉헌식을 가졌다. 가을비가 내리는 가운데 드려진 봉헌식에서 신자들은 성가를 부르며 대한성공회의 어머니교회인 서울주교좌교회의 120년의 의미를 기렸다. 대한성공회 의장이자 서울주교좌교회 관할사제인 김근상 주교는 “이 나무가 주님의 은총을 받아 아름답게 자라나듯 우리의 믿음과 교회공동체도 언제나 젊은 활력을 잃지 말고 주님의 뜻을 세상에 이뤄가는 일꾼으로 살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기념식에서는 교회 설립 120주년을 기리기 위한 축사가 이어졌다. 한국기독교장로회 박종화(서울 경동교회) 목사는 “세계교회에서 신·구교간 갈등이 있을 때마다 중재를 나선 것은 성공회”라며 “앞으로도 대한성공회가 신·구교와 교파를 초월해 한국 기독교 전체를 아우르는 소리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영어와 한국어로 축사를 준비한 마틴 유든 주한영국대사는 “마지막 공식일정으로 그동안 내게 평안함을 줬던 이 교회 기념식에 참석하게 돼 행복하다”고 운을 뗐다. 유든 대사는 “대한성공회는 한국에서 사회문제와 교육·의료선교에서 심장 역할을 해 왔다”며 “앞으로도 대한성공회와 영국성공회가 든든한 유대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고 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김 주교는 앞으로도 탈북자 선교와 사회약자를 돕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김 주교는 “현재 북한엔 선교사가 세운 51개의 교회가 하나도 남아있진 않지만 이들을 위해 더 많은 헌신과 기도가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펼쳐질 120년 역사에도 하나님이 그랬듯 기댈 곳 없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주교좌교회가 되자”고 말했다.
영국 건축가 아더 딕슨의 설계로 1923년부터 짓기 시작한 서울주교좌교회는 자금 문제로 1926년 부분적으로 완공됐다가 1996년에야 교회 건축을 완료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완전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35호로 지정돼 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