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전에 당했다 허무한 ‘전주성 싸움’… 전북 亞챔스리그 우승 불발

입력 2011-11-06 19:25

한국 프로축구가 노회하고 영리한 알 사드(카타르)의 벽을 결국 넘지 못했다. 수원 삼성(4강전)에 이어 전북 현대(결승전)도 멘털리티(mentality) 측면에서 알 사드보다 한 수 아래였다.

전북 현대는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알 사드와의 단판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대 4로 패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알 사드가 짜놓은 거미줄에 전북이 허우적거린 경기였다.

전북은 전반 18분 에닝요가 페널티 지역 왼쪽에서 오른발 감아차기 프리킥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전북은 전반 29분 수비수 심우연이 상대 공격수 케이타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백헤딩하다 자책골을 기록했다. 이 때까지 전북이 경기 주도권을 쥐고 있었고, 자책골이 들어갔어도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경기를 풀어가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전북 선수들은 뜻하지 않은 실점에 마음이 흔들렸다. 전북은 후반 16분 수비 라인이 무너지면서 케이타에게 역전골을 내줬다.

1골 앞서자 알 사드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무조건 쓰러지는 ‘침대축구’를 시작했다. 전북 선수들은 더 조급해졌다. 정성훈의 슈팅 등 전북 공격이 모두 3차례나 골대를 맞고 나왔다. 전북은 후반 인저리타임 이승현의 헤딩 동점골로 연장전에 돌입했으나 승부차기에서 각각 2번과 3번 키커로 나선 김동찬과 박원재의 실축으로 무릎을 꿇었다. 알 사드 선수들은 1골 이기고 있을 때는 전북의 공격 시간을 최소화하고(침대축구), 연장전 2-2 동점 상황에서는 전원 수비로 승부차기로 끌고 가는데 성공했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K리그(정규리그) 1위를 확정하자 주변에서 이번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도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일부 우리 선수들이 경기 중에 흥분하기도 했다”며 심리전 완패를 인정했다. 득점왕(9골), 최우수선수(MVP) 2관왕에 오른 이동국은 “응원해주신 홈팬들께 죄송하다”고 했다.

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