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中 강화된 위상 재확인한 G20회담
입력 2011-11-06 19:14
지난주 프랑스 칸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은 중국이 단연 돋보인 회의였다.
유럽 재정위기 문제를 주로 논의했던 G20에서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한마디 한마디가 모든 외신들의 관심이었다. 후진타오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위안화 절상에 대한 압력을 중단하라고 당당히 요구했다. 유럽 등 서방국들이 권력을 행사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개편도 주장했다.
무엇보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강화된 위상이 그대로 나타났다. 유럽국들은 재정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후진타오 주석에게 수백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요청했다. 전 세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후진타오 주석은 은근히 ‘유럽 재정위기는 유럽이 풀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나타내며 ‘어깨를 펴고 뒷짐을 진’ 여유로운 자세마저 보였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목소리는 그다지 크게 들리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할 수 있었던 말은 ‘그리스가 경제 파탄에 이르지 않도록 다른 유럽국들이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것뿐이었다. 당초 미국 언론들도 G20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내밀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다고 단정했었다. 그만큼 지구촌 경제에서의 미국 역할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G20에서의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을 비교하며 ‘상반된 두 정상의 모습은 줄어든 미국의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국의 힘을 느끼게 하는 사례를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지난달 국빈 방문한 한국 이명박 대통령을 아주 극진하게 대접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국빈 방문과 후진타오 주석의 국빈 방문(2011년 1월)에는 조금 격이 다른 의전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영접을 나온 사람은 국무부 의전장이었다. 이 대통령은 군 의장대 사열을 김윤옥 여사와 함께했다. 이에 비해 후진타오 주석의 국빈 방문 때는 조 바이든 부통령이 직접 영접을 나왔다. 의장대 사열도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했다. 미국은 중국을 ‘극진한 대접을 넘어 특별하게 대우’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사례를 비교하면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의 채권국(banker)인 중국과 미국의 큰 교역파트너인 한국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세계에서, 미국 내에서 중국은 점점 더 ‘특별한 존재’가 돼가고 있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