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위기 몰린 伊 베를루스코니… 수만명의 야당 지지자들 “물러나라” 시위

입력 2011-11-06 19:13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또다시 위기에 몰렸다.

이탈리아 수도 로마에서 5일(현지시간) 야당 지지자 수만명이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탈리아 제1야당인 민주당의 피에르 루이기 베르사니 당수는 이날 시위에서 중도 성향 정당들과 함께 새로운 정부를 구성해 국정 운영의 책임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야당 지지자들은 이날 버스와 기차를 이용해 로마로 집결했으며,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온 중도좌파 진영 정치인들과 여성인권 단체 회원들도 합류했다.

이탈리아 언론도 베를루스코니의 퇴진을 요구했다. 친정부 신문도 그가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특히 지난 4일 폐막한 주요 20개국(G20)에서의 ‘굴욕’도 총리 퇴진 요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주요 국가 정상들이 그리스 다음으로 취약한 이탈리아가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분주하게 움직였다고 전했다. 이들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며 이탈리아를 압박했다.

유로존의 3대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는 재정 문제가 심각하고 정부 내부의 분열과 정치권의 정쟁에 따른 혼란까지 겹쳐 경제개혁을 실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야당의 사임 요구를 일축하고,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현 정부가 물러날 것이라는 수많은 소문이 로마 시내 궁전의 성벽만큼이나 높이 쌓이고 있지만, 유권자와 조국에 대한 책임감이 현 정부로 하여금 ‘정중한 싸움’을 계속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