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여야, 연정 가능성 커졌다…야당 “총리 사퇴하면 정부 도울 용의있다”

입력 2011-11-07 00:34

혼돈 속에 있던 그리스 정계에서 여야 간 협상 진전이 이뤄지는 모습이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의 사퇴와 연립정부 구성 등에서 대립하던 여야는 한 발씩 물러서 “외부 세계에 신뢰를 주자”는 데 뜻을 함께하기 시작했다.

◇연정 구성 빛이 보인다=현재 그리스 정계의 핵심 쟁점은 연정 구성이다. 연정 구성은 유럽연합이 제시한 구제금융안 비준과 관련이 있다. 의회에서 압도적 찬성으로 구제금융안을 승인해야 앞으로 구조조정과 긴축정책을 강도 높게 추진할 힘이 생긴다. 파판드레우 총리와 여당인 사회당이 연정에 목을 매는 이유다.

반면 제1야당인 신민당(ND) 등 야당은 위기를 불러온 현 정권을 먼저 심판하자는 입장이다. 당장 총선부터 실시하자는 것이다. 야당은 총리의 즉각 사퇴도 요구한다.

그런데 6일(현지시간) 야당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 신민당의 안토니오 사마라스 당수는 카를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과 면담하고 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는 (정부를) 돕기로 마음을 정했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물러나면 연정 협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가 조기 총선 실시를 언급하지 않은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신들은 여야 간 연정 구성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사마라스 당수는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외부 세계에 안정과 신뢰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모두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풀리아스 대통령은 “바로 내가 듣고자 했던 얘기”라고 화답했다.

그동안 원칙적 사퇴 입장을 밝혔지만 시점을 못 박지 않았던 파판드레우 총리 측에서도 금명간 사퇴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회당 관계자는 “오늘(6일) 그가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 단 내각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치가 파판드레우 사퇴와 연정 구성을 거쳐 안정화 단계로 갈 가능성이 차츰 커지고 있다.

◇파판드레우 동정론도 나와=파판드레우는 앞서 5일 새벽 신임투표에서 신임안 가결에 필요한 151표를 간신히 넘긴 153표를 얻어 재신임됐다. 집권 여당인 사회당 소속 의원 수(152명)보다 1표가 많은 것이다.

지난달 31일 국민투표 요청을 한 이후 일방적 비난에 시달려온 파판드레우에 대한 다른 해석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파판드레우의 국민투표 도박은 구제금융안 비준을 서두르기 위한 현명한 전략이었다”고 평했다.

동정론도 나온다. 지금은 ‘메르켈의 애완견’으로 묘사되며 조롱받지만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좋은 총리가 됐을 것이라는 얘기다. 현지 언론의 한 칼럼니스트는 “그리스의 비극은 그의 아버지가 야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 상황은 1981∼1989년 총리를 지낸 고(故)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가 지나친 포퓰리즘 정치를 하며 만들어 놓았다는 게 중론이다.

파판드레우 총리의 미국 유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사마라스 신민당 당수가 지금은 가장 무서운 저격수라는 점도 파판드레우의 비극이라고 미 시사주간 타임은 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