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 여전히 찬밥신세, 사외이사는 거수기 역할만…재벌 총수 ‘막강 권력’ 막을 방법이 없다
입력 2011-11-06 21:48
대기업집단의 총수 일가 등 지배주주들을 견제할 장치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주주 의결권 강화, 내부거래 감시 장치 도입은 저조하고 사외이사의 견제 역할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경영권을 휘두르는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하는 비율은 오히려 더 낮아져 권한만 있고 경영에 따른 책임은 회피한다는 비판이 높다.
◇2020건 중 사외이사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1건=공정거래위원회가 6일 43개 대기업집단(4월 지정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한 결과 소속 회사들의 사외이사 비율은 47.5%로 지난해보다 1.2% 포인트 증가했다. 사외이사제도는 지배주주의 독단적 경영을 감시하기 위해 선임토록 한 것이다. 특히 총수가 있는 집단은 사외이사 비율이 47.0%로 평균보다 낮았다. 총수가 없는 집단(51.8%)에 비해서는 4.8% 포인트 낮았다. 사외이사의 평균 이사회 참석률도 총수가 있는 집단의 경우 87.2%로 총수가 없는 집단(95.2%)에 비해 사외이사 활동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중 대기업집단 소속 79개 회사의 경우 지난해 상정 안건 2020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안건은 1건에 불과(0.05%)했다. 사외이사가 ‘거수기’ 역할을 하는 데 그친다는 비판이 확인된 셈이다.
대기업집단은 지배주주 견제를 위한 소수·소액 주주의 의결권 강화 장치 도입도 소극적이었다. 계열사 간 내부 거래 등을 감시하기 위한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전체의 10.6%에 불과했다.
소액 주주 참여를 높일 수 있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한 회사는 한 곳도 없었고, 집중투표제(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경우 한 주당 의결권을 이사 수와 동일하게 주는 제도)를 도입한 회사는 218개사 중 8개사(3.7%)에 불과했다. 그나마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회사들도 시차임기제(매년 전체 이사 중 일부만 선임토록 해 동시에 선임할 수 있는 이사 수를 줄이는 방식)를 채택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차임기제는 소수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오히려 방해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법적 책임 없이 그룹사 휘두르는 총수들=총수가 있는 35개 대기업그룹 계열사 전체 이사회 4913명 중 그룹 총수와 친인척은 418명으로 8.5%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7명(비중은 0.5% 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그룹 총수가 이사로 등재한 경우는 2.9%에 불과했다.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이 가장 낮은 그룹은 삼성(0.31%)이었고 이어 LG(2.06%), 대한전선(2.30%) 등 순이었다. 특히 삼성, 현대중공업, 두산, 신세계, 대림 등 6개 그룹 총수는 올해 조사에서 계열사 중 어느 한 곳에서도 등기이사를 맡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총수나 친인척이 사실상 그룹사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면서 이사로 등재하지 않는 것은 경영에 따른 책임을 회피하는 행태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같은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총수 일가들은 대체로 그룹사 중 주력회사나 가족기업 형태에 가까운 비상장 회사에 이사로 등재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위 김성삼 기업집단과장은 “총수 일가의 이사 등재 현황은 여전히 저조한 편”이라면서 “총수가 계열사 지분을 통해 기업집단 전체의 경영을 좌우하는 것을 견제할 내부 감시장치가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